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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 압박에 사면초가

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 2018-07-09 16: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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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다만 정부가 매각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전방위적 압박만 가한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생명,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 압박에 사면초가
▲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 통합감독’으로 삼성생명에 목줄을 건 데 이어 정치권이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옥죄기를 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8일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을 ‘취득가액’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총 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가액 기준으로 5386억 원에 그쳐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이를 현재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25조 원에 가깝게 평가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서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14조3천억 원, 삼성화재는 1조6천억 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6·13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의석 수를 늘리면서 다른 정당과 연대해 보험업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11조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 재벌 규제용 법안들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삼성생명은 박 의원의 법안 발의를 가볍게 넘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매각을 법으로 규제화하려는 시도는 이뿐만 아니다. 

금융위는 1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을 발표했는데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주요 관리지표인 ‘자본 적정성’에 ‘집중위험’이란 항목을 넣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가 집중위험에 포함되는데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대상이 된 7개 금융그룹 가운데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규모가 너무 커서 집중위험이 한도를 초과하는 그룹은 오직 삼성그룹 뿐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집중위험이 해소된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이 적용되는 하반기에는 집중위험을 적용하지 않되 입법 과정에서 이를 가다듬고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제정되는 2018년 이후에는 집중위험까지 반영한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38년 만에 전면 개편이 추진되는 공정거래법에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의결권이 5%로 제한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6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대기업 금융보험사가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이를 5%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삼성생명(7.92%)과 삼성화재(1.38%)의 삼성전자 지분 9.3% 가운데 의결권은 5%만 인정되는 만큼 이 법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을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독촉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이 실제로 삼성전자 지분을 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한다면 삼성 계열사와 오너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모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삼성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매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공감하면서도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기 전에 '스스로' 매각방안을 찾으라고 압박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그룹은 정부와 정치권, 여론을 만족시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뾰족한 수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공정위, 정치권까지 가세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시장이 삼성전자 물량 16조 원어치를 소화할 수 있을지, 삼성그룹의 경영권 방어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를 놓고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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