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부회장이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다.
29일 LG그룹 지주회사 LG는 구 부회장이 이날부터 LG그룹 경영에 손을 떼고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퇴진한다고 밝혔다.
장자로의 경영권 승계와 함께 형제나 사촌들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전통을 이은 것으로 ‘
구광모 회장체제’를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 퇴진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구본무 전 회장이 투병 중일 때 LG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구 부회장의 향후 거취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LG그룹 안팎에서는 구 부회장이 LG상사,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계열사를 들고 나가거나 LG 지분을 팔고 아예 새 사업을 꾸릴 수 있다고 본다.
구 부회장이 들고 나갈 LG그룹 계열사로는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꼽힌다.
구 부회장은 LG화학에서 LG그룹 생활의 첫 발을 뗐다. 2016년에는 LG화학의 비상금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면서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를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필립스와 합작회사를 만들 때부터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진두지휘해 온 만큼 애착이 크다.
이외에 LG이노텍, LG상사 등도 계열분리의 대상으로 꼽힌다.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의 지분 7.72%로 주식 교환을 하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화학 매출이 LG그룹 전체의 약 16%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큰 데다 LG화학을 비롯한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밀접한 사업관계를 맺고 있어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또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지분 37.9%를 보유하고 있어 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3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구 부회장에게 부담이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이 LG화학의 바이오사업을 포함한 생명과학사업부를 기업분할해 들고 나가 독자적 경영체계를 구축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구 부회장이 LG 지분을 처분해 마련할 수 있는 대금인 9600억 원가량으로 독자적 사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 부회장은 오랜 기간 구 전 LG 회장을 보좌하며 다양한 사업적 경험을 쌓아온 데다 신성장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새 사업을 찾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 계열분리 등의 전통이 확고한 만큼 구 부회장이 경영에 손을 떼는 것”이라면서도 “들고 나갈 마땅한 계열사가 없다는 점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장자가 경영권을 물려받으면 형제나 사촌은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는 전통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구인회 창업주가 맏아들인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줄 때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회장들은 계열분리를 통해 LS그룹을 세웠다.
구자경 회장이 1995년 맏아들 구본무 회장에게 LG그룹 회장을 물려줄 때도 둘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넷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은 이듬해인 1996년 같은 방식으로 희성그룹을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