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6-20 16: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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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이 서울 용산의 유엔사 부지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까?
엄 회장은 그동안 각종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일레븐건설을 키웠는데 이번 유엔사 부지 개발사업으로 적정 수익을 내는 길은 평탄하지 않아 보인다.
◆ 유엔사 부지 개발사업 본격화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용산 유엔사 부지의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 용산 유엔사 부지. <한국토지주택공사>
용산 유엔사 부지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2-34 일대 5만1753㎡의 땅이다. 주한 미군이 사용하다가 기지를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비어 있다.
용산가족공원과 이태원을 연결하는 공간에 위치해 있고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한남재정비촉진지구에 둘러싸여 있어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국토교통부는 이 땅을 상업·업무·주거·문화 등 복합시설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사 부지 소유주인 일레븐건설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실시계획의 변경안이 최근 통과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19일 관보에 ‘용산공원정비구역 복합시설조성지구(유엔사 부지) 조성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 고시를 냈다.
고시에 따르면 유엔사 부지 가운데 4만4935만㎡(약 1만3600평)의 땅은 일반상업용지로 개발되고 나머지 6818㎡는 공원과 녹지, 도로 등 공공시설용지로 개발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실시계획 변경 고시에서 건축물의 배치와 형태, 색채 등을 규정하는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과 남산조망 등 스카이라인을 고려한 배치계획을 수립할 것 △대상지 주변의 가로(시가지의 넓은 도로) 및 동선체계에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치할 것 △조망과 바람길을 동시에 고려할 것 등을 건물 배치 규정으로 뒀다.
건물의 형태와 색채 등과 관련해 △가로변의 활력을 저해하는 획일적·폐쇄적 입면 및 형태의 디자인 지양 △주변지역의 현황을 고려한 이질적 소재와 색상 사용 지양 등도 규정했다.
국토교통부의 유엔사 부지 실시계획 변경 승인은 유엔사 용지 개발사업의 밑그림을 대부분 확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엄석오, 개발사업에서 성공신화 재현할까
일레븐건설은 국토교통부에서 인가된 사업실시계획 변경안을 이른 시일 안에 서울시에 심의해달라고 접수하기로 했다. 이후 사업승인 절차까지 모두 밟아 유엔사 부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일레븐건설이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분양사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끌지에 따라 유엔사 개발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내다본다.
▲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공동주택은 일반상업용지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지상 연면적 40% 이내에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규모로 780가구까지 지을 수 있다. 공동주택을 짓고 남는 면적에는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다.
일레븐건설은 현재 아파트 600여 가구와 오피스텔 1000여 가구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에 공급되는 주택인 만큼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크지만 일레븐건설로서는 분양가격 책정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레븐건설은 2017년 6월에 진행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유엔사 부지 입찰에서 예상가격보다 30% 이상 비싼 1조552억 원에 땅을 낙찰받았다. 평당 7천만 원이 넘는다.
부지 매입가격이 워낙 비쌌던 만큼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을 꽉 조이면서 시장질서를 해칠 수 있는 수준의 분양가를 사실상 승인해주지 않고 있어 일레븐건설의 뜻대로 분양가를 책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에서 분양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시행사 ‘디에스한남’도 최근 ‘나인원한남’ 아파트 분양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게서 분양가를 승인받지 못해 임대후 분양전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일레븐건설을 이끄는 엄석오 회장이 개발사업에서 그동안 쌓아온 사업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엄 회장은 주택건설과 분양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삼아 1991년에 일레븐건설을 설립했다. 신영, MDM 등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로 꼽힌다.
1990년대 말부터 경기 용인에서 연달아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을 성공시키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용인 수지구 일대 1만5천여 가구의 아파트는 모두 엄 회장의 구상에서 공급된 단지들일 정도로 개발사업을 이끄는 감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엄 회장은 용산 유엔사 부지를 매입한 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인생이나 도시는 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유엔사 부지는 활짝 필 때를 기다리는 ‘머금은 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엄 회장은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유엔사 용지는 강남과 강북을 잇는 중심 입지”라며 “돈을 벌기 위해 상가를 꾸민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벗어나 아파트에 입주할 주민과 이태원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매력적 고급주상복합 문화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