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지방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오히려 선거 직후 혁신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기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 완화 등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데 지지층의 반발 부담이 적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고 혁신성장의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규제 혁신을 과감하고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혁신 5법을 조기 입법해 혁신성장 토대를 마련하고 혁신성장 선도 사업 등에 예산, 세제, 제도 개선을 패키지로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모여 최근 경제상황을 논의하고 대응 방향으로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잡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최근 정부는 유독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3각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모두 혁신성장을 입에 올린 데서 이런 기조가 감지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19일 “범정부 차원에서 혁신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규제개혁 노력을 가속할 것”이라며 “공정위가 혁신성장을 위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장하성 실장도 16일 사퇴설을 해명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주로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까지도 모두 들었다.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김동연 부총리는 아예 혁신성장 정책을 전담하는 혁신성장본부를 꾸리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15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서도 “혁신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속도감 있게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 밀려 다소 뒷전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지방선거를 계기로 혁신성장에 더욱 힘을 쏟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성장과 이를 위한 규제 완화는 기업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대기업 특혜’라는 곱지 않은 시각에 부딪힐 수 있다.
현 정부 지지자들이 보기에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졌다며 반발할 수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도 19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은 현 정부의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혁신성장을 추진하는데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김동연 부총리가 5월16일 추경에 수소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반영하는 것과 관련해 “대기업 지원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수소전기차는 정부가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는 미래차분야에 포함된다. 하지만 예산부족 문제가 이전부터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추경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소극적 자세를 나타냈고 업계와 야권이 추경 반영을 강하게 요구하자 그제야 이를 추가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을 향한 절대적 지지가 확인된 데다 당분간 전국단위 선거도 없다. 정부가 반대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 없이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낙연 총리는 20일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선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기에 여러 성과를 내도록 당정청이 더 긴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극적으로만 혁신성장정책을 펴기에는 상황이 급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지표와 분배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일각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향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힘들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원활히 끌고 나가기 위해서라도 성장전략으로서 혁신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분발해 달라”고 지시한 이유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내놓았던 규제 혁신 5대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역시 규제프리존 특별법안 제정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규제 완화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당정청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입법이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