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이번 협력을 놓고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이라는 공통적 가치 추구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자 수가 극소수라 제약사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질병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GC녹십자는 혈우병 등 희귀의약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고 유한양행은 신약후보물질 합성 기술력이 좋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두 회사 경영진이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두 회사가 각기 다른 연구개발 특색을 지니고 있어 상호보완 작용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두 회사의 이번 협력이 연구 개발 분야의 진일보는 물론 ‘누구나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제약 본업의 뜻이 함께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을 놓고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경쟁사인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성과에 자극을 받아 각자 신약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서로 뜻이 맞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매출 1,2위를 다퉈왔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4622억 원, 영업이익 887억 원을 거뒀고 GC녹십자는 1조2879억 원, 영업이익 903억 원을 냈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2014년에는 국내 최초 제약업계 매출 1조 원 돌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2015년 총 8조 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그해 매출 1위에 올랐고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양강체제는 무너졌다.
한미약품은 대중들로부터 신약 개발에 힘쓰고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라는 긍정적 이미지도 얻었는데 이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에게 큰 자극이 됐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이 2015년 3월 취임한 이후 바이오벤처에 투자해 기술을 사오는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했고 미국 항체신약 개발 전문 회사 소렌토와 합작회사(JV)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037억 원으로 2014년 309억 원보다 3배로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이정희 사장이 취임하기 전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배로 늘어났다.
GC녹십자 역시 연구개발비 지출을 2014년 846억 원에서 2016년과 2017년 약 12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신약 개발에서 협력하는 범위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협력하는 분야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과정과 찾은 신약 후보물질을 동물실험으로 테스트해보는 비임상(전임상)단계까지다.
임상이나 출시와 관련된 부분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논의 과정에서 다른 신약 개발이나 임상진행 과정 전반으로 두 회사의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이번 협력은 그동안 대형 제약사와 중소바이오벤처간 이뤄졌던 신약 공동개발 협력관계가 대형 제약사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글로벌제약업계에서도 경쟁관계인 대형 제약사끼리 신약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