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전자 상무가 LG그룹 물류 계열사 판토스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논란 없이 LG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길이 더욱 넓어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놓고 대기업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상무. |
15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의 물류 계열사 판토스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SI와 물류업체, 광고와 부동산 관리 등 특정 업종을 예로 들며 대기업 총수일가가 지닌 비상장 및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LG상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일찌감치 털어냈지만 LG상사의 자회사인 물류회사 판토스 지분 일부를 여전히 구 상무 등 총수일가가 들고 있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구 상무의 LG그룹 승계 과정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LG그룹의 경영 승계와 관련해 구 상무가 판토스의 기업가치를 키운 뒤 지분을 매각하거나 상장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어 승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재원 마련이라는 비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컸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오히려 판토스 지분을 매각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구 상무가 지금 시점에서 판토스 지분을 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차익 실현을 했다는 여론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판토스가 빠르게 외형 성장을 이루며 지분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 구 상무가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 향후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구 상무는 현재 판토스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매각하면 약 1500억 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초 1조 원가량으로 추정됐던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구 상무가
구본무 LG 회장으로부터 법정 상속분 만큼만 LG 지분을 물려받는 방안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게 되면 약 935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구 상무의 어머니인 김영식씨와 동생인 구연경씨, 구연서씨 등과 지분을 나눠서 받는다면 2천억 원 수준의 상속세로 지분 2.51%룰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구 상무는 현재 LG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어 2.51%만 넘겨받아도 최대주주에 오르는 데 문제가 없다. 또 LG그룹 오너일가들이 들고 있는 합산 지분은 47%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낮다.
판토스는 이전부터 구 상무의 승계를 도울 강력한 자금줄로 꼽혀왔다.
구 상무는 2015년 개인 돈 약 400억 원을 들여 판토스 지분 7.5%가량을 사들였다. 판토스 몸집을 키운 뒤 상장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어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재계는 꾸준히 관측해왔다.
실제로 판토스는 LG상사의 자회사였던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뒤 계열사 위주로 일감을 넘겨받으며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매출 2조9977억 원을 올려 전년보다 37% 급증했다.
구 상무는 6월29일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LG의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구본무 LG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 상무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