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6-13 16: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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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서울 강남8학군’으로 일컬어지는 범어동·황금동의 학군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위치한 '두산위브더제니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국 6대 광역시 가운데 대구광역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일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보다 0.04% 올랐다. 2017년 7월10일 이후 4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산과 인천, 대전, 울산 등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소 두 달에서 아홉 달 동안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둘째주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에는 미치치 못했다.
대구 안에서도 특히 수성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8일 기준으로 평당 1204만 원을 보였다. 전국 6개 광역시의 자치구 가운데 평당 매매가격이 1200만 원을 넘은 곳은 대구 수성구를 제외하면 부산 수영구(1284만 원)가 유일하다.
대구 수성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평당 평균 11.8% 올랐다. 광역시 자치구 가운데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다.
정부는 2017년 9월에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청약자격과 전매 거래를 제한하고 담보인정비율(LTV)을 축소하는 등 각종 규제가 시행되는데도 집값은 매주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대구의 ‘서울 강남’이라고 불리는 범어동과 황금동을 품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에는 경신고등학교와 경북고등학교, 대구여자고등학교, 정화여자고등학교 등 명문고로 꼽히는 학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경신고등학교는 2017년까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였지만 올해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수요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경신고등학교에 배치받을 수 있는 단지인 범어SK뷰 아파트(전용면적 84.99㎡ 기준)의 매매가격은 최근 평균 8억1250만 원을 보였다. 1년 전보다 무려 29% 급등했다.
범어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세도 무섭다.
전용면적 134.83㎡의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13억 원을 보였는데 이는 1년 전보다 매매가격이 42.1%나 오른 것이다.
범어SK뷰와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는 범어동 학원가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청약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구 경신고등학교 바로 옆에 짓는 ‘힐스테이트범어’는 최근 1순위 모집에서 평균 85.3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됐다. 평당 평균 분양가가 2058만 원에 책정돼 수성구 평균 집값보다 70% 이상 비쌌는데도 불구하고 청약이 흥행했다.
재건축시장 규제 강화로 대구 수성구에 아파트 공급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에는 경남타운과 가든하이츠, 을지맨션, 궁전맨션 등 지은 지 30년 넘은 아파트 단지가 많다. 이들 모두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최근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강화 등의 조치에 따라 재건축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인근 부동산업계에서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지 않아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면 양도소득세 중과세 조치가 이뤄지지만 대구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일 뿐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빠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