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실리를 챙겼지만 더 큰 승자는 김 위원장이라고 외국언론들이 바라봤다.
미국의 성과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CNN은 13일 '북미 정상회담의 진짜 성과는 무엇인가'라는 기사에서 "일단 두 정상 모두 실리를 챙겼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 앞에서 각각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면서도 김 위원장 쪽이 좀 더 완전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CNN은 "김 위원장은 만나서 악수를 하며 사진을 한 장 찍은 것만으로 '세계 무대에서 정상국가 리더로 인정받는다'는 거의 완벽한 성과를 얻은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를 완수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며 "앞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진두지휘하는 지루하고 힘든 실무회담들이 진척되고 성과를 내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CNN은 "백악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간선거에 이번 정상회담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축제 분위기를 이용해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얼마간 피해가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파악했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원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문구가 빠진 것을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로이터도 이번 회담의 성과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닉슨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만나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긴장완화)를 연 것과 비교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양보한 것은 거의 없어 미국의 성과를 거론하기에 부족하다고 바라봤다.
로이터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 띈 김 위원장과 악수하며 정상회담의 성공을 빠르게 선언했지만 북한이 역대 미국 행정부를 향해 오랫동안 반복해온 것처럼 약속파기로 대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북한의 경제제재 완화 요구가 곧 있을 것으로 보면서 미국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바라봤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한국과 중국이 북한의 약속 이행을 위해 필요한 강경 조치를 계속 취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