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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개정 공정거래법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현대글로비스가 걸리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규제 대상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구조 재편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현대글로비스가 마지막 과제로 남아있다.
◆ 한달 내 현대글로비스 지분 처리할 수 있을까?
개정 공정거래법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개정안이 발표되기 전에 맺은 계약은 다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월14일부터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그룹에서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규제대상에 오른다.
규제대상 행위는 정상보다 높거나 낮은 대가로 상품 등을 거래한 행위, 적합한 거래 상대방 선정과정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다. 부당한 이익 제공이라고 판명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13년 전체매출 10조 원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3조 원 가량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0%에 이른다. 주요 기업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가장 커 규제 일순위 대상으로 꼽힌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1.5%, 정 부회장은 31.9%를 보유하고 있어 두 사람이 전체 지분의 43.4%를 소유하고 있다.
정몽구 부자는 앞서 12일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은 29.99%까지 줄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장 유예기간 만료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하루빨리 지분을 팔거나 몰아주기 물량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 회장 부자가 할인율을 더 낮추거나 매각규모를 줄여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금의 차가운 시장 분위기로 봤을 때 이른 시일 내 매각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대표적 회사다. 정몽구 회장이 10억 원, 정의선 부회장이 15억 원을 출자해 2001년 만들었다. 그뒤 그룹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통해 매년 수백억 원대의 순이익을 내며 급성장해 왔다.
◆ 그동안 합병으로 규제 벗어나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지분매각과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났다. 현대차그룹에서 일감을 지원받던 개인 소유의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와 합쳐 지분율을 크게 낮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35.6%에서 16.4%로 낮췄다.
합병 전 정몽구 회장이 10%, 정의선 부회장이 25.06%의 현대엠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합병 뒤 정 부회장은 11.72%, 정 회장은 4.68%까지 낮아졌다.
지난 8월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현대위스코, 현대메티아를 합병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위스코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였지만 합병 뒤 지분율이 1.95%까지 낮아졌다.
현대위스코는 2013년 매출 6천 억 원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4천 억 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현대오토에버도 현대C&I와 합병했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C&I 합병으로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은 19.5%가 된다. 정몽구 회장의 지분 10%까지 더하면 29.5%로 규제 대상이지만 상장하게 되면 30%를 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이노션 지분 30%를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해 지분율을 10%까지 낮추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3천억 원도 마련해 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