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증권 자회사로 교보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 뒤 증권사 인수 후보를 탐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여러 증권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11일 교보증권 인수설이 급부상하며 교보증권 주가가 요동쳤다.
교보증권은 11일 주가가 장중 1만2500원에 이르며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교보증권 주가는 11일 전날보다 6.45% 높아진 1만1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교보증권에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교보증권은 12일 “교보생명이 통상적 차원에서 교보증권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의 최대주주로 지분 51.63%를 들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실무적 접촉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지분 매각을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인수설이 기존 인수설과 다른 점은 지목된 증권사가 인수 가능성에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공식화된 뒤 삼성증권부터 시작해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매물로 한 차례씩 거론됐지만 모두 공식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딱 잘라 밝혔다.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지분을 매각하려는 이유와 관련해 새로 도입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나 신지급여력 비율제도 때문에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부에서 나왔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7월에 실시될 예정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대상이긴 하지만 지배구조에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없어 추가적 자본금 마련에 급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지급여력 비율제도(K-ICS)가 10월 도입돼 자기자본비율을 기존보다 높여야 하지만 교보생명은 이미 지급여력비율(RBC)도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277.62%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치 150%를 크게 웃돈다.
교보생명에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크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교보증권 매각설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상장을 압박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달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교보증권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지주사 전환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증권사 인수 작업에 돌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2017년부터 증권사 매물을 알아보는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7년 하이투자증권을 간접인수하기 위해 DGB금융지주와 경쟁하기도 했지만 8월 포기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으로 출자여력이 최대 7조 원까지 확대되는 만큼 규모가 어느 정도 키워진 증권사 매물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보증권은 주가와 경영권에 붙는 웃돈까지 고려해 3천억 원 정도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됐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지만 내실은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보증권은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자산총계가 6조7338억 원으로 나타나 국내 증권사 44곳 가운데 12번째다.
2017년 순이익이 2016년보다 17.7% 늘어났고 2018년 1분기에도 1년 전보다 8.5%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