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구르카족 용병들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통 경호'를 맡는다.
구르카족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근접 전투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8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방북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안전과 경호에 관한 실무적 조율이 이 만남에서 주요하게 다뤄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경찰은 근접전 전투로 세계적 명성이 높은 구르카족 분견대(독립부대)로 경호단을 꾸리며 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구르카족 분견대는 12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 섬과 거리, 호텔 등에서 총체적 경비를 맡아 공격용 전투소총과 권총, 전통 단검 ‘구크리’로 완전 무장해 양국 정상을 경호하기로 했다.
이들은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짐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안보회의 등 싱가포르에서 열린 주요 국제회의들에서 경호를 맡아왔다.
구르카족은 ‘단검으로 전차를 이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백병전에 능하다.
구르카족은 전통적 단검인 구크리 하나만 들고 1816년 네팔을 침공했던 영국군에 맞서 싸우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구르카족은 당시 해발 3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키워온 체력과 폐활량으로 영국군에 맞섰다. 현대식 무기를 들고 온 영국군과 병력 차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영국은 이들의 용기와 전투감각을 인정해 1800년대 중반부터 구르카족을 용병으로 고용하게 됐다.
구르카족은 영국군의 일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글 등지에서 일본군을 대적했다. 단검인 구크리 하나만 들고 일본군 참호로 뛰어든 구르카족 군인이 24명의 일본군을 죽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는 영국군에서 근무하는 구르카 부대가 온다고 하자 적이었던 아르헨티나 육군 병력들 상당수가 항복하거나 도망쳤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에 지평리전투에도 참전해 한국과 인연이 있다.
싱가포르 경찰은 이들의 용맹함을 인정해 영국군 선발에서 떨어진 차순위자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300명 이상을 채용해왔다.
구르카족 분견대는 보통 18~19세에 선발돼 싱가포르 외곽에 있는 별도의 캠프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45세까지 근무한 뒤 본국인 네팔로 송환된다.
구르카족은 현재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 브루나이 등에서도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다.
용병이 되면 네팔 현지 평균 연봉의 50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네팔에는 용병학원들이 성업 중이고 경쟁률이 수백대 일에 이른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