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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윤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맞춘 KB금융 지배구조 개선안도 이달 중 발표한다.
금융위는 KB금융의 사례가 영향을 미쳐 다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도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소액주주도 KB금융 사외이사 후보 추천 가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9일 이사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앞으로 모든 주주가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다고 의결했다. KB금융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부터 이를 반영한다.
이전에 사외이사 4명과 금융지주사 회장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만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개인주주도 의결권만 있다면 지분 보유량과 상관없이 사외이사 예비후보 1명을 추천할 수 있다.
KB금융은 앞으로 매년 1월부터 10월까지 주주추천을 받아 사외이사 예비후보 풀을 구성한다. 자문위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예비후보를 평가해 다음해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후보를 선정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의결은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주주를 사외이사 선임과정의 주체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며 “주주들이 사외이사 예비후보 풀을 구성하는 데에 상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소액주주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지주사의 경우 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을 받는다. 그러나 보통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만 추천권한이 주어진다.
KB금융 주주가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때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의결에 예비후보를 추천할 주주의 자격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고르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가 미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각자 다른 인물을 추천했는데 대주주 쪽만 받아들여진다면 형평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이 될까
윤 회장은 주주에게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면서 KB금융 지배구조 개선안이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 회장이 이달 중 공식적으로 발표할 지배구조 개선안의 방향성도 모범규준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모범규준은 주로 학계에서 선출됐던 금융회사 사외이사 직업군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협력해 사외이사 후보 관련 인력 풀을 만들 것도 권장했다.
KB금융은 지난달 중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개최한 지배구조 개선안 토론회에서도 모범규준에 맞춰 CEO 승계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사외이사 선출과정을 3단계에 걸쳐 세분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도 KB금융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변화도 추진하려고 한다. 모범규준은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되려면 회계 등 실무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 조항은 실무경력을 지닌 금융전문가 인력 풀에 한계가 있어 실행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주주들의 후보 추천을 통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외이사를 대규모로 선임할 경우 모범규준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