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3년에 걸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롯데그룹에 무엇을 남겼을까?
신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롯데그룹에서 형제의 경영권 갈등이 시작된 지 3년 가까이 지났다.
신 회장은 긴 시간 이전투구를 벌인 끝에 한국과 일본 롯데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췄지만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안팎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또 요구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신 전 부회장은 4월 말 그가 운영하는 ‘롯데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홈페이지를 통해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요구하고 그를 롯데홀딩스 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6월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신 회장은 2월 법정구속된 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이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 당시 신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부재를 틈타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앞서 치러진 네 차례의 표 대결에서 일본인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압승을 거뒀던 만큼 이번에도 신 전 부회장이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4월 말 신 회장을 면회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지만 신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면회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2015년 7월 시작됐는데 지금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롯데그룹 이미지가 깎이는 것은 물론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때마다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입은 점이 치명적이다. 광윤사가 한국과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있다는 점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방송 등에 출연해 한국어는 전혀 하지 못하고 일본어만 사용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확산됐다.
특히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뿌리도 거슬러 올라가면 형제의 경영권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열린 신 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검찰 측은 신 회장이 직접 호텔롯데 상장계획을 밝혔다는 점을 강조하며 호텔롯데 상장이 현안이기 때문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취득 역시 신 회장이 직접 청탁할 만한 핵심 현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신 회장은 2015년 8월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올해 안에 80%이상 해소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일본그룹이라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면담했을 당시 경영권 분쟁 등을 겪고 있어서 롯데면세점이 신 회장에게 그렇게 큰 현안은 아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 회장 역시 법정에서 “당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소란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통령께 사과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일로 롯데그룹에 대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적 여론까지 악화되고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이를 놓고 신 회장의 고민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격호 명예회장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점 역시 롯데그룹에게 뼈아프다. 롯데그룹을 직접 만들고 '롯데 신화'를 일군 신 명예회장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형제가 아버지의 거처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도덕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