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 과정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 내린 정치의 정의를 자주 들며 이익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봤다.
그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위해 어찌 보면 국회의원보다 더 큰 권한을 쥐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제안하면서 국민연금을 이끄는 김 이사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130조 원가량의 자금을 굴리며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 국내 상위 대기업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대부분 5% 이상 들고 있다.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기업도 90여 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셈인데
박능후 장관이 직접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 만큼 앞으로 김 이사장의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7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당성도 확보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위탁자금과 관련한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명시한 지침으로 적극적 의결권 행사 등 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물론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강화하는 데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기금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어디까지나 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주주권을 행사해 ‘연금 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2015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시절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정책의 핵심은 과도한 집중을 분산해 국민들이 고루 잘 사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며 시스템을 통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며 이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고 믿는다.
김 이사장이 정치인이 아닌 국민연금 이사장으로서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할 국민연금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주목받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