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방식으로 각각 1조 원, 2천억 원 어치 매각한다.
삼성생명은 31일 장 시작 전에 삼성전자 주식 2298만3552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다고 30일 밝혔다.
처분금액은 1조1790억 원이다. 처분 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기존 8.23%에서 7.92%로 내려간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401만6448주를 31일 장 시작 전에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다. 금액은 2060억 원으로 처분 후 지분율은 기존 1.42%에서 1.38%로 낮아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발적으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계획과 맞물려서 삼성전자 지분을 0.47%가량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2%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끝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율의 합은 10.4%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같은 그룹의 계열사인 금융회사들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감안해 금융당국에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초과지분을 매각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지분 0.47%를 매각하기로 방향을 잡았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시작한 것은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연거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자발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개정 방향에서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된 보험업법 개정안들을 살펴보면 보험사에서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치를 기존의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으로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이 법률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인 8조5천억 원 정도까지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23%의 지분가치는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5600억 원 정도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적용하면 지분 가치가 26조 원 가량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삼성생명이 19조 원 가까운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마주한 현안이 많은 만큼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매각을 검토할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구체적 추가 매각 계획은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