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와 ‘에픽게임즈’ 사이의 법정 공방이 국내 ‘배틀로얄’ 장르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에픽게임즈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두 회사는 물론 게임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게임 화면.
펍지는 1월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미국 게임개발사 ‘에픽게임즈’를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은 소송의 본안판결이 나올 때 까지 현재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가 현저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법원이 임시적으로 처분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펍지는 에픽게임즈가 2017년 9월 포트나이트에 추가한 게임 모드인 ‘배틀로얄 모드’의 아이템 종류와 세부 사용자환경(UI)이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펍지의 이번 신청이 포트나이트의 흥행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가처분 신청의 결과에 따라 배틀로얄 장르 게임시장의 챔피언(배틀그라운드)과 도전자(포트나이트) 사이 주도권 싸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민사집행법 제305조 1항은 '법원은 (가처분)신청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처분을 직권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서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펍지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포트나이트의 국내 서비스가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본안 판결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용자들에게 포트나이트는 ‘표절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에픽게임즈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펍지의 가처분 신청은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에픽게임즈가 네오위즈와 손을 잡고 상반기 내 포트나이트의 PC방 출시를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포트나이트의 흥행을 도와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본안 판단 전까지 포트나이트가 표절 딱지를 떼게 될 뿐 아니라 펍지의 가처분 신청 자체가 포트나이트를 홍보해주는 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배틀로얄 장르 게임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게임업계가 '장르의 유사성' 문제와 관련된 판단 기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 ‘장르’를 놓고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다양한 게임의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 역시 '추상적 게임의 장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르의 표현 방식과 관련해서도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적 또는 개념적 제약 때문에 표현 방법에 한계가 있을 때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도타(DOTA)’, ‘리그오브레전드’, ‘히어로즈오브더스톰’등의 모바(MOBA)장르 게임(다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서버에 접속해 싸우는 게임)들 사이에서 저작권 분쟁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게임들 사이의 유사성이 ‘장르의 유사성’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배틀로얄 장르는 장르의 특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두 게임이 서로 비슷할 때 그 비슷한 점이 장르의 유사성인지 아니면 무단으로 다른 게임을 표절한 것인지 규정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살필 때 이번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표절과 장르의 유사성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어느 정도 제시해 줄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 침해 소송의 본안 판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본안 판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항소와 상고가 이어진다면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그 시간 동안 게임업계는 표절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이번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