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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기용됐는데 어깨가 무겁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종합화학·루브리컨츠·인천석유화학·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5개 자회사의 연결 영업이익이 197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말에 2014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악화는 중국수요 감소와 유가하락 때문이다.
구체적인 적자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두바이유 가격 하락폭이 배럴당 41달러나 되면서 재고손실이 급증해 정유부문에서 적자폭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에만 7천억 원이 넘는 재고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가 바뀌어도 국제유가 급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40달러 대로 내려앉으면서 정유사의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내부적으로 초긴장 상태다.
매년 지급됐던 성과급도 지급이 불투명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연봉삭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임금유연화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연봉의 일정액을 회사에 적립해 놓고 연말 경영실적에 따라 ▲세전 영업이익 3천억 원 이상일 때 '적립금 + 격려금' ▲3천억 원 미만일 때 ‘적립금' 반환 ▲영업이익 적자일 때 적립금 전액을 회사에 반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경영실적이 부진하면 직원들은 적립해놓은 금액을 되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이 사실상 깎이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임원 연봉의 10~15%를 자진반납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실적 집계가 끝나지 않아 실적을 얘기하기에 이르다”면서도 “지난해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정제마진은 줄고 재고평가 손실은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다.
정유사들은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체 매출의 70~80%에 이르는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석유개발 사업을 강화하는 등 고수익사업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도 신년사에서 “지금 생존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전환 과정에 들어와 있다”며 “위기대응 노력들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존조건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수익구조, 재무구조 혁신과제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SK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SKC&C 사장으로 있는 동안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수익성을 개선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부문 의존도를 낮춰 더욱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