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5-21 19: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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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정 부회장이 2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을 놓고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거둬들였다. 두 회사의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한 것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부회장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무산되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 부회장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결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쟁점은 여러 가지였지만 핵심은 오너일가에게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미국 행동주의 투자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현대차그룹 기존 개편안을 항목별로 비교하면서 한 계열사의 대주주 지분을 활용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높이는 구조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역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놓고 의문이 나온다”며 “총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편법적으로 산정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이 커지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여 설령 이기더라도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데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정 부회장은 원점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많지는 않다.
강성진,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현대차그룹은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며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은 정부의 요구 사항이었지만 경영권 승계는 현대차그룹 스스로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정부 요구도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더 이상 지배구조 개편을 미룰 수 없다는 뜻이다.
핵심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것인가 혹은 이번 개편안처럼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회사체제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존 개편안을 반대하면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게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이 계열사를 처분해야 하는 점은 자동차사업을 하는 데 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미래 자동차를 놓고 인수합병을 활발히 전개하기에도 어렵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지주사체제를 선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도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의 요구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 환원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내놓은 주주 환원정책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토대로 합병비율을 조정하고 주주 환원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손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에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동의를 한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리도록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