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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전리품 'KT공사' '포스코공사'

주은아 기자 tark.orchid@gmail.com 2013-12-13 16: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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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전리품 'KT공사' '포스코공사'  
▲ (좌)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우)이석채 전 KT 사장

KT와 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이다. 두 기업 모두 민간 기업이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CEO도 함께 교체되어왔다. 지난 11월, 이석채 KT 회장의 사임에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서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되었던 KT와 포스코 CEO 두 사람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KT와 포스코는 엄연한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론상 이 두 기업과 아무 연관도 없다. 그러나 전자는 통신 및 방송, 후자는 철강이라는 사업 자체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은 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재계 15위 이내의 거대 기업들이자 ‘주인 없는’ 기업들이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는 외부 세력의 손길이 뻗친다. KT와 포스코의 CEO 인선을 정부가 쥐락펴락한다.
 
◆ 권력이 KT와 포스코를 놓아주지 못하는 이유

포스코와 KT는 각각 재계 6위와 11위인 거대 기업이다. 포스코의 CEO는 임직원 3만9천여명, KT의 CEO는 임직원 6만2천여 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양사를 합쳐 1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으면서, 정치적 안배에 따른 인사가 이루어질 때 반발할 ‘오너’는 없다. 정부의 지분은 없다고 하지만,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이다(포스코 6.14%, KT 8.65%). 경영권 침해와 관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권의 영향을 받는 CEO가 선임되면 그 아래로 다수의 임원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 자리들은 정권 내부의 공신들에게 내리는 포상으로 활용된다.

민주당은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친이, 친박, 심지어 친YS 등 정치권 인사들을 전문성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여 KT를 낙하산 집합소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사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는 친이계 인사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는 친박계 인사들을 영입해 왔다는 것이다. KT 내부의 친이 인사는 대표적으로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이명박 청와대 대변인)과 이춘호 사외이사(현 EBS 이사장), 임현규 부사장(이명박 대선캠프 홍보단장) 등이 있다. 홍사덕 경영고문(박근혜 대선캠프 선대본부장), 김병호 경영고문(박근혜 대선캠프 공보단장), 김종인 경영자문(박근혜 대선캠프 경제민주화추진단장), 박병원 사외이사(현 은행연합회장) 등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들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 정준양 회장이 취임했던 포스코에도 지난 정권과 관계가 깊은 사외이사들이 있다. 유창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정책자문단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통령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정권의 ‘푸시’를 받아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 ‘은혜’를 갚아야 하는 상황 또한 닥친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10조 가까운 비용을 들여 해외 투자 및 인수 합병을 추진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위한 플랜이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에 부응하는 측면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민간 기업이면서도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사업안을 내놓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KT나 포스코를 더더욱 놓치기 싫을 수밖에 없다.
 
KT와 포스코 측에서도 정권과 멀어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가령 CEO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통신과 철강은 사업의 속성상 정부의 정책과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며, 따라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이렇게 오너는 없고, 정부 동향에는 민감하다보니 정권의 손 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다. 

◆함께 가는 대통령과 회장 임기
 
  달콤한 전리품 'KT공사' '포스코공사'  
▲ KT의 역대 사장과 임기
KT 2대 남중수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임명된 인물이었다. 그는 2007년말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되었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사장직을 내놓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원래 2008년에 있어야 할 자리를 앞당겨서 결정을 내리게끔 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남 전 사장은 결국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퇴해야 했다.

후임인 이석채 사장은 원래대로라면 KT 사장에 취임하기 어려웠다. 당시 그는 LG텔레콤의 사외이사였는데, KT의 정관에 경쟁사의 임원이 2년 이내에 KT의 사장이 될 수 없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KT는 정관을 변경했고 이 사장이 취임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이 사장은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비리 의혹과 검찰 수사, 사퇴라는 수순을 따랐다. 일반적인 기업의 CEO 교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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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의 역대 회장과 임기
포스코 회장직도 정권에 따른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초대 박태준 회장은 김영삼 정부와의 마찰로 1992년 말 포스코를 떠났다. 후임이었던 황경로 회장은 6개월 만에, 3대 정명식 회장은 1년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1994년 4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태준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유상부 회장이 취임했다. 유 회장의 사임 시기는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달이다. 6대 이구택 회장은 2009년 1월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0개월여 만이었다. 임기는 1년 가량 남아 있었다. 그리고 후임 정준양 회장은 지난 11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 역시 임기는 1년 4개월 가량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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