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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이 81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몽구 회장이 앞으로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품질논란을 해결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올해부터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는 기업소득환류세가 시행되는 만큼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투자를 확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포스트 800만 시대 대비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4년 동안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등 시설투자에 49조1천억 원, 연구개발에 31조6천억 원 등 모두 80조7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이번 투자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14조9천억 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금액을 4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투자액은 20조2천억 원 가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투자액의 85% 이상인 68조9천억 원을 자동차부문에 투입한다.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800만 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결국 품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친환경자동차와 스마트카를 꼽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총 11조3천억 원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한다. 현재 7개 차종인 친환경차를 같은 기간 22개까지 늘리고, 소형에서부터 SUV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스마트카에도 2조 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수준을 향상시키고, 차량용 반도체와 자율주행 핵심부품을 개발한다.
또 중국,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 공장을 신설해 수요증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내에서도 울산, 화성, 서산 등 현대기아차의 국내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생산능력을 크게 늘린다.
소재부문도 강화한다. 고성형 초강도강, 특수강, 경량화 소재 등 첨단 신소재 개발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 현대차 투자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들
이번 투자에 대해 올해부터 시행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경우 해당금액에 대해 단일세율 10%로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기업의 투자와 임금 증가를 늘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자는 취지로 정부가 올해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기업소득환류세 시행령의 ‘제조업 80%, 비제조업 30%’ 기준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추가 세부담액을 추산한 결과 총 5547억 원가량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현대차그룹 제조업 계열사는 2013년 당기순이익의 80%, 비제조업 계열사는 30% 금액에서 투자와 배당금, 전년 대비 임금상승액을 빼고 10%를 곱해 계산했다.
투자와 배당이 늘게 되면 그만큼 내야할 세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배당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투자결정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인수에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정작 자동차의 품질 경쟁력 향상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전부지 인수 이후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 약속에도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5일 43.61%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5월 43.51%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 주가는 연초 대비 28.5%나 하락했고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한 해 동안 24조 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7월 24만 원대였던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16만 원대로 주저앉은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