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시행된 지 100일을 앞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가계통신비 절감 등 효과를 거두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감소했던 가입자가 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고가요금제 가입자의 비중도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부의 이런 주장과 달리 단통법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 단통법 시행 이후 6만 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 급감
미래창조과학부는 6일 ‘단말기 유통법 시행 3개월 주요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를 보면 가입자가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고가요금제의 비중도 감소했다.
|
|
|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미래부에 따르면 단통법 처음 시행된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이동전화 가입자는 3만7천여 명이었다. 이는 같은해 1∼9월 일평균 가입자 수인 5만8천여 명의 63%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가입자 수가 6만 명 수준으로 다시 올라왔다.
고가요금제의 비중도 단통법 시행 이후 줄었다.
6만 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는 지난해 7∼9월 전체의 34% 정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3%, 11월 18%, 12월 1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처음 가입할 때 선택하는 요금제의 평균가격도 12월에 3만9천 원 이하로 떨어졌다. 단통법 시행 직전 3개월 동안 평균 요금 가격은 4만5천 원이었다.
미래부는 “단통법으로 지원금을 미끼로 한 고가요금제와 부가서비스 가입이 금지되고 중고폰으로 가입해도 12%의 요금할인이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단통법이 시행취지에 맞게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 것이 통계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 정말 가계통신비 절감효과 있나
일부에서 고가요금제 비중이 떨어졌지만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통신비는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단말기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었다. 미래부가 단말기 보조금 지원 상한을 30만 원으로 제한하면서 단말기 보조금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폰에 대한 지원금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지원금을 최대로 받으려면 9만 원이 넘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최근 갤럭시노트3 등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나 단통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일부 기종의 지원금을 80만 원대까지 올렸다. 그러나 최대 지원금을 받으려면 여전히 고가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미래부의 통계는 정부가 소비자의 최신폰 구매욕구를 억눌러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위약금 부담도 늘어났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 번호이동을 하면 실질적으로 위약금을 대납해 줬다. 또 단말기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요금제에 가입해도 3개월이 지나면 요금제 변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위약금을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6개월 안에 해지하면 요금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6개월을 채우지 못하면 서비스 기간과 상관없이 요금할인위약금 전액을 내야 한다.
요금제 가입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가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실제 통신비 지출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낮은 요금제를 가입했어도 요금제가 정한 사용량을 초과하면 오히려 높은 요금제를 선택한 것보다 실제 통신비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아직도 소비자들은 단통법으로 더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낀다”며 “정부는 단통법 개정을 통해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비를 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