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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전 과열 여전, 대형건설사 공정경쟁 다짐 '무색'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05-14 15: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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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관행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재건축 수주전 과열 여전, 대형건설사 공정경쟁 다짐 '무색'
▲ 서울 동작 흑석9재정비촉진구역 일대 항공촬영 사진.

대표적으로 서울 동작구 흑석9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과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아파트2차 재건축사업이 꼽힌다.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은 27일 재개발사업을 담당할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총회를 연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이 후보기업으로 뛰고 있다.

대치쌍용2차 재건축조합도 6월2일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이 사업장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경쟁하고 있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과 대치쌍용2차 재건축사업의 규모는 각각 3700억 원, 1800억 원가량으로 다른 서울 강남권 도시정비사업과 비교해 크진 않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따라 갈수록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에 도전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이 임박한 만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 범위를 넘는 수준에서 조합원들에게 각종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주전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에 조합원들이 분양받게 될 가격을 일반분양 가격의 50% 이하로 책정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일반분양에서 미분양 물량이 나오면 GS건설이 일반분양 가격으로 100% 대물인수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성이 좋은 곳이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금액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며 “인근 단지의 시세에 맞춰서 분양하기만 해도 GS건설의 특화설계 등을 적용해 조합원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일반분양 가격 대비 조합원 분양가의 할인비율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합원 1인당 3억 원의 추가 개발이익금을 보장한다며 이를 보증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3천만 원의 확정이익 보상금을 모든 조합원들에게 현금으로 선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대치쌍용2차 조합에 이사비 1천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우건설이 표심을 다져온 대치쌍용2차 재건축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제안한 내용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을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부동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재건축 수주전 과열 여전, 대형건설사 공정경쟁 다짐 '무색'
▲ 25개 건설사 임직원이 2017년 10월17일 서울시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에 참석해 도시정비사업에서 공정경쟁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한국주택협회>

국토교통부는 2017년 말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주거구역 단위)에서 불거진 이사비 논란과 관련해 시공과 관련없는 사항에 대해 금전적 지원 제안을 금지하는 등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를 개선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을 개정해 이사비와 이주비 등 시공과 무관한 사항에 대한 요구와 제안을 금지하고 특화설계 등 대안설계를 제시할 때 구체적 시공내역을 포함하도록 했다.

GS건설과 롯데건설, 현대건설 등이 조합에 제시한 조건들은 모두 시공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항들이라 과열경쟁의 염려가 있다고 국토교통부는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일부 사업장에서 건설사의 영업활동이 도시정비법 등을 위배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사실 확인 및 위배 시 시정조치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스스로 도시정비사업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들은 2017년 10월 한 자리에 모여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앞으로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  과정에서 과도한 이사비와 이주비 등 양적 경쟁 중단 및 주택 품질 향상 등 질적 경쟁 도모 △법에 명시된 규정 준수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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