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시 일본과 외교 정상화의 첫 단추로 자금 지원을 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 이를 경제 개발의 종잣돈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북일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북일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는 4월29일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일본도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북일관계 개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은 정식 수교 관계를 맺지 않았다. 두 나라 정상 사이의 정상회담도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최근 북일수교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판문점 선언이 이뤄지고 북중,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등 북한이 국제 외교무대로 나올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문 대통령에게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고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런 의지는 문 대통령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전달됐다.
아베 총리가 과거 청산을 언급한 이상 북일관계 개선은 과거 한일관계와 비슷한 수순을 밟아나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시절인 1965년 일본과 한일기본조약을 맺으면서 과거 양국 사이 맺은 모든 조약과 협정을 무효로 하고 두 나라 사이의 외교관계를 다시 시작했다.
한일기본조약의 핵심은 경제협력기금의 형태로 무상 3억 달러, 저금리 차관 2억 달러 등 모두 5억 달러를 일본이 한국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인 3억2천만 달러의 1.5배가 넘는 규모다.
이 외에도 민간의 상업차관 3억 달러 등을 지원받으면서 인적, 물적 교류가 차츰 늘어났고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과거 식민 피해를 돈으로 보상한 것이 두 나라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 셈이다.
북한도 일본과 관계 개선의 출발점에서 과거 식민 피해 보상 문제를 다루려 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포기하고 사회주의 경제 발전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일기본조약에 따라 일본이 지원한 자금은 포스코 설립 등으로 우리나라 중공업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북한 역시 초기에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는 기간산업을 육성하는 데 일본에게서 받는 지원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본이 북한에 식민 피해 보상금을 내놓는다면 그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억~300억 달러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고이즈미 전 총리와 김정일 전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책임을 인정하는 대가로 일본은 1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4월2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 때 북한은 300억 불을 요구했고 일본은 100억을 내겠다는 의사를 냈다”며 “그 언저리 사이에서 (배상이 이뤄지면) 북한 경제 건설에 대단히 큰 시드머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