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해 강력한 금융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 원장은 대표적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로 꼽힌다.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와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등을 지냈으며 2017년에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평소 인터뷰 등을 통해 재벌개혁과 금융규제 강화 등을 주장해 왔다.
2017년 12월 금융행정 혁신권고안을 내놓으면서 관료 출신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일부 견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혁신권고안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은행과 산업의 분리 원칙 유지 등이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권고안 발표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권고안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권고안을 놓고는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금융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노사 문제 전반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놓고 최 위원장은 “권고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입법정책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금융관료로 일하고 있다. 금융위원장에 선임된 뒤에도 최대한 온건한 모습을 보이며 정부의 금융정책을 이행하는 데 힘써 왔다.
학자로서 뚜렷한 소신을 밝혀 온 윤 원장과 성향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금감원장 인사는 금융개혁 기조를 계속 이어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또다시 민간출신인 윤 원장이 올랐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금융산업의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금융산업의 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최 위원장과 일정 부분 충돌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권 채용비리,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다. 여기에 윤 원장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도 추진과제로 더해질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윤 원장이 지나치게 급하게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 금융회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관치금융' 논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관료로서 유지해 왔던 금융시장과의 조화 속에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견해 차이를 보이면 자칫 금융당국 두 수장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반면 윤 원장이 대학교 교수 시절과는 달리 이제 기관의 수장을 맡게 된 만큼 좀 더 노련한 모습을 보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최 위원장도 이전보다는 개혁의 강도와 속도를 좀 더 높이는 쪽으로 호흡을 맞춰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은 최 위원장이 제시하는 금융정책의 큰 밑그림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채용비리 관여자의 처벌강화 등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세부방안에서는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업무를 지도·감독하면서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지닌 만큼 윤 원장이 자신의 뜻만 고집하며 불협화음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