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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창과 방패' 대결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8-05-03 15: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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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분식회계 혐의를 놓고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3대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내놓은 ‘적정’ 자료들을 들고 회계에 이상이 없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철벽 방어전 나서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에 따른 처벌 수위는 10일 열리는 감리위원회와 이후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창과 방패' 대결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당국과 ‘분식회계 혐의’를 놓고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실적을 내놓으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사회 규정상 양측이 같은 수로 이사회를 구성하게 되어 경영권을 지배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 지분가치 평가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시장가격이 4조8천억 원으로 평가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적자를 내는 회사에서 2015년 단숨에 1조9천억 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를 놓고 상장을 앞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통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1년이 넘는 조사 끝에 1일 ‘회계사기’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치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객관적 검증을 거쳤는데 분식회계로 모는 금융감독원의 행동에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겹겹의 ‘방패’를 들고 있다.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4년치 재무제표는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고 2016년도 재무제표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얻었다. 2015년 말부터는 삼성물산의 연결자회사로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도 ‘적정’ 의견을 받았다.

2016년 11월 상장 과정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감리를 받았고 2017년에는 국내 회계학 교수 등으로부터도 이상이 없다는 의견서를 받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참여연대가 2016년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을 당시 금융감독원이 ‘이상이 없다’고 답변했다는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방패로 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 금융감독원의 ‘창’, 삼성 '방패' 뚫을까

금융감독원은 단순한 심증이 아닌 증거를 확보해 내린 조치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부원장보)은 “입증할 자료와 정보들을 충분히 수집했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창과 방패' 대결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역시 1일 페이스북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심있게 지켜봐달라”는 짧은 문장을 남겼다.

금융감독원이 자신감을 보이면서 삼성바이로직스의 방패를 무력화할 어떤 결정적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입증하려면 ‘고의성’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원칙 중심’의 처리 기준을 세워놓고 있는데 이는 감사를 맡은 회계인의 재량을 인정하는 반면 피감사인의 ‘의지’가 회계에 개입되었다면 이를 분식회계로 간주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위해 ‘상부의 지시’나 ‘공모’, ‘결탁’ 등 어떤 고의적 행동을 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우고 있는 ‘3대 회계법인의 감사’ 등의 방패는 무력화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성을 입증할 핵심 증거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대심제라는 제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대심제는 대상자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출석해 재판처럼 금융당국과 질의 및 논박을 벌이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과징금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이거나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대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분식회계 논란에 소명을 하면 금융감독원이 이를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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