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5-01 17: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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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문제삼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법무부와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4월 중순경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법무부에 삼성물산 합병 관련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와 국가 사이 소송(ISD)을 내기 전에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에 중재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보내는 문서다.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뒤 석 달이 지나면 투자자들은 상대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사실상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중재의향서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불합리한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내용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한국 정부가 개입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이 회사에 투자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손실을 봤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문제점들이 지적되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재판에서 각각 국민연금에 대한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죄 등을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은 합병에 반대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삼성물산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합병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찬성할 것을 국민연금에 압박했는데 이 의사결정에 따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도 4월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이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규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