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E&M이 영화사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작품들이 속출하면서 CJE&M의 영화 고르는 안목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E&M이 배급한 영화 ‘7년의 밤’이 관객 수 52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7년의 밤은 상반기 최대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꼽혔는데 손익분기점 29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면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7년의 밤은 개봉 전부터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에 바탕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개봉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흥행에 참패하면서 1분기 CJE&M 영화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7년의 밤은 촬영 도중 제작사가 바뀌고 후반작업에서 편집기사가 연달아 교체되는 등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CJE&M은 영화사업의 흥행이 절실하다.
지난해 방송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영화사업에서 깎아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영화사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CJE&M은 지난해 영화부문에서 영업손실 90억 원을 냈다. 분기로 봐도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면 2~4분기 모두 손실을 봤다.
지난해 리얼, 군함도 등 기대작들 역시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CJE&M은 2016년부터 영화부문에서 좀처럼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며 “점유율 1위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JE&M의 배급영화 점유율은 2012년 약 26%였는데 지난해 16% 수준까지 떨어졌다.
CJE&M의 과욕이 흥행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관객들은 천편일률적 성공공식에 따르는 영화 대신 새 영화를 찾고 있는데 한 영화에 흥행요소를 모두 넣으려는 과욕이 오히려 흥행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드시 대작만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 아닌데 CJE&M은 스타 배우, 무거운 메시지 등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영화 인기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사업을 총괄하던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영화사업에서 힘이 빠졌다는 분석도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이 부회장은 1995년 드림웍스 투자로 그룹의 문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뒤 20년 동안 영화와 방송, 음악 등 문화사업을 총괄했다. 엔터테인먼트사업이 CJ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 수준까지 오르며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사업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와 뚝심이 필요하다”며 “CJE&M은 모두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잘 이끌고 있지만 구심점 역할을 하며 문화사업을 진두지휘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E&M은 1분기에도 투자배급작 '골든슬럼버'와 '궁합'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두 영화는 각각 영업손실 16억 원, 5억 원을 냈다.
CJE&M이 최근 3년 동안 천만영화를 내놓지 못하는 동안 다른 영화배급사들은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함께:죄와 벌'로 올해 첫 천만영화를 만들었고 지난해 쇼박스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각각 '택시운전사'와 '부산행'으로 천만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말 개봉한 ‘1987’이 CJE&M의 체면을 세운다. 1987은 올해까지 누적 관객 수 760만 명을 모으면서 1분기 CJE&M 영화사업을 이끌었다.
CJE&M은 1분기 영화부문에서 매출 656억 원, 영업이익 52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6% 늘고 영업이익은 170% 급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