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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에 현금 쌓여, 바이오에 투자할까 삼성전자 지분 살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04-26 16: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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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자체사업 성장과 보유자산 매각에 힘입어 현금 보유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차입금을 현금으로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 보유량이 증가하면서 삼성물산이 이 재원을 앞으로 어디에 사용할지 주목된다.

◆ 삼성물산, 현금 창출력 꾸준히 개선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삼성물산의 실적 개선세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으로 고정비용을 낮춘 데다 바이오부문 영업이익 증가가 2019년부터 본격화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의 이익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물산에 현금 쌓여, 바이오에 투자할까 삼성전자 지분 살까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삼성물산은 사업의 양대 축인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에서 동시에 호실적을 내 1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건설부문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한 덕분에 2016년 2분기부터 계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사부문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힘입어 무역사업에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기초체력을 뚜렷하게 개선하고 있다”며 “첨단시설(하이테크) 건설사업에서 수익이 증가하고 있으며 차입금 상환에 따라 순차입금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자체사업뿐 아니라 배당수익과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SDS 등에서 1분기에 배당금 2350억 원을 받았으며 금천물류센터를 팔아 매각이익 850억 원을 내기도 했다.

보유하고 있던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모두 매각해 8천억 원가량을 추가로 현금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울 서초사옥을 팔면 매각이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분기 말 기준으로 3조320억 원이다. 2017년 1분기만 하더라도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2조1860억 원이었는데 1년 만에 8500억 원가량 늘었다.

반면 총차입금은 줄어들고 있다. 총차입금은 1분기 말 기준 5조5120억 원으로 2016년 말보다 22.7% 줄었다.

삼성물산은 현금 보유량 증가에 따라 만기가 된 회사채를 상환할 때 다른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보유 현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5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1500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 만기가 된 회사채 1500억 원은 이미 모두 현금으로 상환했으며 2017년에도 회사채 8천억 원을 모두 현금으로 갚았다.

◆ 삼성전자 지분 매입과 바이오 투자 확대 갈림길, 최치훈 결정 주목

삼성물산이 늘어나고 있는 현금을 그냥 쌓아두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성장동력을 찾는 일도 중요한 데다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데 현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삼성전자가 올해 자사주 모두를 소각하기로 계획하면서 삼성생명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이미 2월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은 2017년 말 기준으로 4.63%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고 삼성물산으로서도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 주식이 매우 비싸다는 점에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매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26일 삼성전자 주식은 1주당 260만 원을 넘었다. 삼성물산이 현금을 1조5천억 원가량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0.5% 늘리는 효과밖에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현금을 삼성전자 지분 확대에 쏟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일각에서는 바라본다.

삼성물산이 새 성장동력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삼고 있는 만큼 바이오 계열사에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는 대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긴 하지만 바이오 계열사의 성장성도 무시할 수 없어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최치훈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 의장은 올해 초 건설부문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삼성물산 전체의 경영방향을 결정하는 이사회 의장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여전히 삼성물산 경영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보유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데 최 의장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삼성물산이 가려는 방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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