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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임원에 대한 연말 성과급을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그룹 수뇌부도 비상경영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열리는 사장단 세미나의 화두도 ‘위기 돌파’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성과급 절반만 받기로
29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 30여 명은 지난 24일 생산성 목표 인센티브(TAI)를 월 기본급의 50%만 받았다.
목표 인센티브는 연초에 세운 목표를 초과달성할 경우 주는 성과급이다. 보통 매년 6월과 12월 두 번 지급되는데 사업부 실적에 따라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받을 수 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향후 경영전략과 미래사업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를 담당한다.
삼성그룹은 이런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들에게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 왔다.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소속 계열사와 무관하게 관례적으로 목표 인센티브를 100% 받아왔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임원들도 올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50%만 지급받았다. 다만 미래전략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들은 사기를 고려해 예년처럼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 받았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경영상황이 크게 어려워졌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기 부재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삼성그룹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임원 성과급 삭감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각 계열사 임원들의 내년도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노린 결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 동결과 성과급 삭감 등에서 삼성그룹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솔선수범의 자세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 사장단 세미나서 ‘위기돌파’ 방안 논의
삼성그룹은 이날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연말 사장단 세미나를 열었다.
연말 사장단 세미나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미래전략실 팀장(사장 및 부사장급)과 핵심 계열사 사장단 등 총 50여명의 임원이 참석한다. 삼성그룹은 보통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했는데 올해의 경우 29일 단 하루만 열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연말 사장단 세미나에서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경영전략의 큰 틀을 수립한다.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세미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통해 세미나에서 논의할 경영화두를 제시해 왔다. 지난해의 화두는 ‘마하 경영’이었다.
올해 경영화두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대신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점친다. 이재용 부회장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지만 만찬 등 비공식 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위기 돌파’를 화두로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룹 간판인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사업 위기를 타개하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주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밖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재편과 조직개편 방향, 유가 하락과 러시아 경제위기 등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 속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내년 신년 하례식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열고 조용히 새해 업무를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