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4-16 16: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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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테크윈(현 회사이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기엔진사업부에서 발생하는 투자비가 막대해 단기간에 실적을 개선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물적분할로 분사한 영상보안 관련 자회사도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16일 한화테크윈 주가는 직전거래일보다 1.67%(450원) 내린 2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중반에 52주 최저가인 2만6350원까지 떨어졌다가 장 막판에 하락폭을 소폭 줄였다.
주가는 2017년 4월만 하더라도 5만3700원을 보였지만 약 1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화테크윈이 실적과 관련해 부정적 신호가 계속 나오면서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1일자로 폐쇄회로TV(CCTV)를 생산하는 시큐리티사업부(영상보안사업부)를 한화테크윈이라는 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존속법인 이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꿔 2017년부터 추진한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마무리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여전히 한화테크윈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 4월 안에 변경된 회사이름으로 주식거래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방산 관련 자회사로 한화지상방산과 한화시스템이 있고 방산 손자회사로 한화디펜스가 있다. 에너지장비사업을 하는 한화파워시스템과 산업용장비사업을 하는 한화정밀기계, 시큐리티사업을 하는 한화테크윈은 모두 100% 자회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엔진과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한다.
이 가운데 방산 관련 회사들만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을 뿐 본업과 다른 자회사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회사 이름을 바꾸기 전인 2017년 말 기준으로 공개한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부문에서 매출 2조2396억 원, 영업이익 1037억 원을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7년 한 해 동안 낸 매출과 영업이익의 각각 53.1%, 125%를 차지한다.
방산부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100%를 넘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다른 사업부문에서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에 항공엔진사업부와 에너지장비사업부, 시큐리티사업부에서 각각 영업손실 176억 원, 32억 원, 213억 원을 냈다. 산업용장비사업부가 비방산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글로벌 항공기부품기업들과 2015년부터 국제공동개발사업(RSP)을 하고 있다.
사업 특성상 장기적으로 안정적 영업이익을 낼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2016년 72억 원, 2017년 489억 원 발생한 비용이 2019년에는 900억 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시큐리티사업부에서는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데 이어 외형도 줄어들고 있다. 시큐리티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호황기때 20% 안팎을 보였지만 중국 기업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현재 영업이익률은 -6.4%를 보이고 있다. 시큐리티사업부 매출은 2013년 7천억 원을 넘었지만 2017년에 5800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방산분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엔진부문 국제공동개발사업으로 나가는 비용이 확대됐고 시큐리티부문의 업황이 악화해 당분간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구조 재편으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사업부에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해 사업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파악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월 말 진행한 해외 투자자 미팅에서 투자자들은 한화테크윈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설명에 공감하면서도 향후 실적과 사업구조에 관련해서는 불확실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