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한국GM의 법정관리 준비를 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합의했던 한국GM 출자전환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치며 산업은행과 한국GM 노조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한 실무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GM이 한국GM 노사합의의 최종기한으로 제시한 20일이 지나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댄 암만 GM 총괄사장(왼쪽)과 배리 엥글 GM 해외부문 사장. |
댄 암만 GM 총괄사장과 배리 엥글 GM 해외부문 사장은 20일을 한국GM 노사의 합의시한으로 정했다.
이들은 20일이 지나면 한국 정부 및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며 한국GM의 자금사정을 감안하면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엥글 사장은 당분간 계속 한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20일까지 한국GM을 둘러싼 상황을 파악하고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머무는 기간을 늘린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GM은 한국을 출장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출장금지 국가 지정은 폭력사태 등 위험이 있는 나라에 직원을 보내지 않는 GM의 내부적 조치다.
최근 한국GM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한 데 따른 조치로 한국GM 노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린 2조9천억 원을 출자전환하겠다는 기존 투자의향서 내용도 철회할 수 있다는 뜻도 보였다.
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을 15%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GM에 차등감자를 요구하자 기존에 자구안으로 내놓았던 출자전환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산업은행의 한국GM 경영실사가 예상보다 늦은 5월이나 돼야 끝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GM이 요구했던 한국GM의 인천 공장과 창원 공장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신청도 난항을 겪자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엥글 사장은 13일 성주영 산업은행 부행장을 만나 “27일까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투자확약서를 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GM이 한국GM 노사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산업은행 등 한국정부의 빠른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한국GM 문제와 관련해 “나도 큰 그림 안에서 경기하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며 “내가 섣불리 말할 부분은 아니고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