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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일부 완화했다. 제2금융권은 사외이사 중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는 대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대기업의 반발에 모범규준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등 대기업은 보험과 증권을 비롯한 제2금융권 계열사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보험과 증권 등 제2금융권의 경우 모범규준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수정안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조항을 금융지주사 11개와 은행 18개 등 모두 29곳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모범규준 초안에서 자산 2조 원 이상 금융회사 118개가 모두 적용 대상이었다.
금융위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금융지주사와 은행부터 시행하고 제2금융권에 중장기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추위 구성에 반발하자 적용대상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본래 모범규준이 적용되는 모든 금융회사에 사외이사 중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상설기구를 둬서 CEO와 임원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대기업은 금융계열사 CEO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한 모범규준이 상법에 규정된 대주주의 권리 행사를 막는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모범규준안이 법적 근거 없이 금융회사의 경영권을 제약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 오너가 많은 제2금융권은 모범규준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조항이 대주주의 임명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이 계속 나왔다”며 “금융위가 결국 제2재계의 반발 때문에 모범규준을 수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사외이사 임기도 현재와 같은 2년으로 수정했다. 본래 모범규준안은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사외이사 임기가 지나치게 짧아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임기를 현행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일부에서 금융위가 대기업의 반대의견을 수용하면서 대기업 총수가 금융계열사 CEO를 전문성과 상관없이 임명하던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금융위가 모범규준을 제2금융권에 사실상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재계의 반발과 업계의 로비에 굴복한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던 금융구조 개혁정책의 방향을 뒤집어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마련해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