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포스코플랜텍 지원에 나섰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29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취임 뒤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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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이런 상황에서 부실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권 회장이 취임 뒤 보여줬던 원칙에 벗어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권 회장으로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자금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포스코는 23일 포스코건설과 함께 포스코플랜텍이 실시하는 29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2386억 원, 포스코건설이 514억 원을 투자한다.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0년 인수합병 이후 6천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 포스코플랜텍에 들어갔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가 2010년 3월 사들인 성진지오텍이 지난해 7월 포스코의 100% 자회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포스코플랜텍은 석유화학·정제 플랜트 및 담수·발전 설비, 해양플랜트 등의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경기침체로 조선·해양플랜트 수주가 부진하자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015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부도위기를 겪었다. 부채비율도 2010년 313.9%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736.6%까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유상증자 지원을 놓고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권오준 회장 취임 후 포스코플랜텍을 매각 1순위로 예상했다. 권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을 매각해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매각 대신 고강도의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포스코플랜텍이 매물로서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스코플랜텍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손실이 누적된 조선과 해양플랜트사업을 중단했다. 올해 단체교섭은 무교섭으로 체결했고 지난 8월 임직원 120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한 달 동안 실시했다. 9월부터 본원사업이던 화공 플랜트 강화,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플랜텍은 조선업황 부진의 여파로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조선·해양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50%를 넘는 곳에 부품을 발주를 하지 않는다. 포스코플랜텍의 부채비율은 700%가 넘는다. 앞으로도 당분간 수주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떠안고 가야하는 상황에서 자금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니 돈을 계속 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