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2년차에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고위임원들의 자녀들이 계열사에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의 칼 끝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 신한금융, ‘특혜채용 의혹’으로 금감원 칼 끝에 서
10일 신한금융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그동안 금융권 채용비리 풍파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지만 결국 전현직 고위임원 자녀들의 특혜채용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1992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남과 2004년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아들 등 전직 임원 18명과 현직 임원 5명의 자녀 24명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에 각각 입사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특혜를 받아 신한금융 계열사에 입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채용된 전현직 임직원 자녀 24명 가운데 17명이 현재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 전현직 고위임원 자녀들의 의혹 등과 관련해 12일부터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을 대상으로 각각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첫 날인 9일 금감원은 “이미 조사과정에서 파악했던 내용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특별사항이 보고되지 않는 이상 추가검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10일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즉각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며 “조만간 공식적으로 신한은행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가 전임자인 ‘
최흥식체제’에서 이뤄졌던 만큼 ‘김기식체제’에서 새 의혹을 면밀히 살펴 금감원의 신뢰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증권 사태’와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금감원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선택이라는 말도 나온다.
◆ 조용병, 비은행 계열사 주요 임원 ‘특혜채용 연루’에 난감
신한금융은 다른 은행들의 채용비리의혹이 검찰수사 단계로 넘어가면서 일단락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의혹이 제기돼 난감해졌다.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이번 신한금융그룹을 둘러싼 채용비리 의혹은 은행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더욱 곤혹스럽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칼날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의 첫 목표물이 됐기 때문이다.
신한캐피탈은 아직 별다른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운영하고 있는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채용비리와 관련된 제보가 들어오면서 검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임원 1~2명이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신한금융그룹의 전현직 주요 임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부담이 크다.
특히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등 현재 그룹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들이 이번 특혜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점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신한금융그룹 핵심 비은행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입지가 불안할수록 임기 2년차를 맞이한 조 회장의 계획이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조용병 회장이 그동안 신한금융그룹의 전열을 가다듬고 임기 2년차부터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더욱 확산되면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사안이 많다”며 “감독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는 만큼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