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이 해외 언론으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됐다. 공무원 간첩 혐의자에 대한 증거조작 사건으로 여권 안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는 등 가뜩이나 몰려있는 상황 그 차제가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범상치 않는 일’로 보이는 모양이다.
|
|
|
▲ 남재준 국정원장 |
프랑스 공영방송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TI)은 12일(현지시각) ‘공황 상태에 빠진 한국의 정보원들’이라는 내용으로 “한국의 정보원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알렸다. 또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이 역사상 가장 심각할 정도로 신뢰에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라디오는 “보수 여당도 지금까지는 필사적으로 국정원을 옹호해 왔지만 지방선거를 3개 월 앞두고 선거에서 불리해질 것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남 원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제 통신사인 AFP도 12일 ‘간첩조작사건으로 한국 국정원장에 비난 세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AFP는 국정원이 간첩 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가 포착됐음을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심재철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이 “이번 일은 매우 충격적 사건이다. 혐의를 받고 있는 문서조작과 은폐시도에 소름이 끼쳤다. 남 원장이 책임지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전했다.
남 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14일에도 계속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정보기관이 불법의 대명사로 전락한 비정상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하루속히 매듭짓기 위해 깃털이 아니라 몸통에 대한 적극적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남 원장 비호가 국민의 상식으로 볼 때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그는 "남 원장의 해임을 모든 국민이 당연시 여기고 있는데, 국정원을 암덩어리로 만든 남 원장을 박 대통령이 왜 비호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국정원장 경질과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며 검찰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국정원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감쌀 의도가 없다”면서도 “지금은 책임을 물을 단계가 아니라 문제와 원인을 찾는 단계”라고 말했다.
검찰은 증거문서 위조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모(61)씨의 구속영장을 이날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의 요구로 싼허변방검차참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허위로 꾸며 국정원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