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기 하남시에 짓겠다고 예고한 물류센터 건립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사들인 하남미사지구 부지 근처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이 이마트가 물류센터 건립계획을 완전히 접기 전까지 집단행동을 벌이기로 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월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3일 업계에 따르면 미사강변도시 주민들을 대표하는 각 단지의 입주자 대표들이 2일 이마트 물류센터 철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이마트가 물류센터 건립계획을 완전히 철회하고 이 부지에 다른 용도의 시설을 지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당초 3월30일로 예정됐던 계약체결을 미룬 뒤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설명회 등을 열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하남시의회에 건축조례를 일부 개정해 자족시설 안에 물류 관련 시설은 아예 입찰하지 못하도록 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하남시에도 초대형 물류센터를 영구적으로 인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힐 것도 요청했다.
이마트에게는 주민설명회를 연다고 해도 절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해당 부지에 자족시설용지에 적합한 새로운 시설을 지을 것도 공문을 통해 요구하기로 했다.
하남시의회와 하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신세계그룹 측에 3일 1차 공문을 보내고 회신이 없으면 2차 공문도 보내기로 했다. 2차 공문에도 답이 없을 때는 28일 하남시청 앞에서 이마트 물류센터 철회 범시민 궐기대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이마트는 3월 말 경기 하남시 하남미사지구 자족시설용지 2만여㎡를 970억 원가량에 낙찰받았다.
이 부지에 유통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마트가 낙찰받은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정용진 부회장이 이 부지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첨단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하남시를 비롯해 지역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마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당초 3월30일로 예정됐던 계약체결을 미뤘다.
이마트는 당장 온라인 신설법인의 출범을 앞두고 물류센터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주민들이 설명회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아파트 단지 곳곳에 이마트 물류센터를 반대하는 현수막도 걸렸다.
지방선거가 임박한 점도 이마트에 악재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민심 잡기에 바쁜 모양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