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조직적 증거인멸에 개입한 혐의를 밝혀내는 데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내용이 결정적 자료가 됐다.
검찰은 대한항공 상무의 휴대폰을 압수해 카카오톡의 내용과 문자 메시지를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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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감청 파문 이후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 내용이 증거로 제시될 경우 비록 카카오톡 서버가 아닌 휴대폰에서 복구했지만 카카오톡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까 우려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객실업무를 총괄하는 여모 상무로부터 휴대폰을 압수해 삭제된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메시지를 복구해 분석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압수한 휴대폰을 분석해 여 상무가 지난 8일부터 박창진 사무장 등 승무원들에 대한 회유 상황, 국토부 조사에 대비한 조치와 결과 등을 조 전 부사장에게 수시로 보고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 상무로부터 증거인멸 상황을 보고받은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여 상무의 휴대폰 압수수색을 통한 카카오톡 등 메시지 복구 내용을 증거자료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0월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휩싸여 호되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카카오톡의 사이버 감청 파문이 확산되자 텔레그램 등 외국산 메신저로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사태가 벌어졌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당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카카오톡의 감청논란 진화에 나섰다.
다음카카오는 그뒤 카카오톡의 사용자 정보 보호를 위해 카카오톡 대화내용 저장 기간을 2~3일로 대폭 축소했다. 다음카카오는 이전까지 PC버전 지원, 출장, 휴가 등으로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평균 5~7일 동안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해 왔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내용 저장기간의 단축으로 수사기관이 법원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거쳐 자료를 요청하는 데 2~3일 이상 걸리는 만큼 수사기관의 영장집행에 따른 대화내용 제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다음카카오는 17일 이용자 정보보호 등 프라이버시 정책 전반에 걸쳐 전문적 검증을 받겠다는 취지로 ‘프라이버시 정책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이 자문위는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가 위원장으로 위촉돼 오는 23일 첫 회의를 열기로 돼 있다.
정 위원장은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는 새로운 제도를 기반으로 사업자와 정부, 이용자가 각각 더 노력해야만 보호될 수 있다"며 "다음카카오가 프라이버시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이용자 편에 서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비판과 감시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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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
다음카카오가 이처럼 이용자 정보보호를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2~3일 전 대화의 경우 복구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과연 그런지 제3자의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휴대폰을 압수당하면 카카오톡의 대화내용은 이번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에서 확인됐듯 삭제를 해도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삭제된 대화 내용 복원 등은 카카오톡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PC나 단말기의 문제”라며 “사이버 감청 이슈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