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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 공동인수에 참여했다.
한국타이어는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19.49%의 지분을 취득했다. 한국타이어가 본격적으로 신사업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에 한국타이어가 참여한 데 대해 시장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낙 큰 규모의 인수거래인데다 한국타이어가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어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와 비스테온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 하루 앞서 지분인수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깜짝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오너 3세인 조현식 사장이 이번 인수를 이끌고 있어 주목된다. 조 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이다. 조 사장은 이번 거래 과정에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 조현식, 경영승계 앞두고 존재감 나타내
한국타이어는 3세들이 경영권 승계를 두고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너 2세인 조양래 회장이 2012년 2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것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고 형제간 역할을 분담했다. 형인 조현식 사장은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맡아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동생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에서 타이어사업을 이끌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현범 사장이 주력사업인 타이어사업을 맡아 경영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두고 경영승계 경쟁에서 형보다 동생이 한 발 앞서 있는 것이 아니냐고 보기도 했다.
조현식 사장이 신사업을 이끌고 있기는 했지만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계열사인 아트라스BX와 엠프론티어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4730억 원과 780억 원 수준으로 크지 않았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사업 매출이 7조 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조현식 사장은 지난해 9월 기업설명회에서 신사업진출 의지를 보였지만 구체적 대상을 밝히지 않고 “타이어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1천억 원대 매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천억 원 규모의 매물은 한국타이어가 추진하는 신사업으로 큰 규모가 아니었다. 조 사장은 이에 대해 “회사 경영방침이 보수적”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1년 여 만에 그 열 배나 되는 투자가 이뤄졌다. 조현식 사장이 인수합병 방침을 바꿔 공격적 투자를 실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현식 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현식 사장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 한국타이어, KT렌탈도 품에 안을까
한국타이어는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역시 조현식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인수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 때문에 KT렌탈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추가 지분인수로 경영권 획득을 염두에 둔다면 1조 원 가까운 대규모 인수를 또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KT렌탈 인수도 여전히 검토중”이라고 말해 KT렌탈 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KT렌탈은 조현식 사장이 언급한대로 타이어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렌터카사업이다.
렌터카시장이 연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KT렌탈이 지난해 1천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한국타이어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물이다. 한국타이어가 운영중인 자동차 정비업소 티스테이션을 통해 렌터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국타이어는 영업이익률이 16%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88%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1조 원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소 무리가 될 수 있지만 적극적 사업확장 방침이라면 KT렌탈 인수에 참여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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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
◆ 조현식-조현범 형제 분할승계 가능성 높여
이번 인수거래는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전부터 조현식 사장이 이끄는 신사업 규모가 타이어사업과 비슷하게 커지면 기업을 분할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도 선대 조홍제 효성그룹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분할승계 받았다. 장남인 조석래 회장이 효성을 맡았고 차남인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이 대전피혁을 각각 맡았다.
이런 전통 때문에 조양래 회장이 아들들에게 물려줄 때도 같은 방식으로 하지 않겠느냐고 업계 관계자들은 점친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시가총액은 현재 5조 원이다. 시장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시총이 7조 원 선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시총이 현재 6조 원대 중반에서 올해 최대 8조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현식 사장이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손에 넣어 자동차 부품사업을 맡고 조현범 사장은 타이어사업을 맡아 기업을 분할승계한다고 하면 큰 무리가 없다.
한국타이어그룹 지분은 조현범 사장이 조금 더 많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은 조현식 사장 19.32%, 조현범 사장 19.31%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지분에서 조현범 사장이 2.07%로 조현식 사장의 0.65%보다 많다. 전체 그룹 지분가치는 조현범 사장이 900억 원 가량 앞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