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김현석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
김기남 DS부문 사장과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이 삼성전자의 새 대표이사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처음 참석해 주주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주주들은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와 주식 액면분할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 점과 이사회의 다양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에서 제49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권오현 회장은 이날 이사회 의장으로 마지막 인사말을 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할 강력한 쇄신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며 “신임 경영진에 아낌없는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기남 사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 동의를 얻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권 회장을 포함한 기존 대표이사들이 모두 교체됐다.
주주들은 사업부문별로 지난해 경영 성과와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러 나선 신임 대표이사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김기남 사장에게 중국이 반도체산업 진출을 노려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책을 요구했다.
김기남 사장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는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며 “단기간에 쉽게 격차가 축소되기 어렵겠지만 자만하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 주주는 최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내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기남 사장은 500억 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났지만 지금은 완전히 복구된 상황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사장을 향해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시장에서 경쟁사들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는 주주의 불만이 나왔다.
김현석 사장은 “실제 유통망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기술 발전으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TV 가격이 한국에 출시된 비슷한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현석 사장은 유통망과 협의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대답했다.
고동진 사장에게는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반등에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는 주주의 질책이 쏟아졌다.
고 사장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그동안 발견한 문제점들을 고쳐나가는 단계인 만큼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경유착 문제를 해결하고 기부금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의견과 청소기, 세탁기 등 제품의 성능을 개선해 달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나왔다.
김기남 사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 자격으로 처음 나온 자리에서 주주들의 적극적 요구에 진땀을 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안건들은 주주들의 반대없이 모두 통과됐다.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선임과 주식 액면분할 등 안건이 무난히 처리됐다.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반대없이 통과됐다.
주주들은 주요 안건에 동의를 제청하며 “현금배당을 늘리고 주식을 액면분할해 투자 기회를 늘려준 데 감사하다”며 “다양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새 사외이사진에도 기대가 높다” 등의 목소리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