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3-20 19: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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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의 원재료를 확보하는 데 LG상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LG상사가 녹색광물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는 데다 자원개발사업에 풍부한 경험이 있어 전기차 원재료 확보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높다.
▲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부사장.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상사는 녹색광물분야를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송치호 LG상사 대표이사 사장은 1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원개발사업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이 확보된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특히 녹색광물 등 신규 분야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녹색광물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광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리튬 등이 모두 녹색광물에 포함된다.
LG상사 관계자는 “녹색광물과 관련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찾는 중”이라며 “아직까지 가시화된 성과는 없지만 신규 투자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LG상사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원재료를 확보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나온다.
LG전자나 LG화학, LG이노텍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데 배터리 원재료사업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LG화학 등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상사는 이전부터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며 해외 곳곳에 있는 광산이나 광구 등에 지분을 투자해온 만큼 LG화학보다 배터리 원재료를 직접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LG상사는 90년대 말부터 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했으며 2010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손잡고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G상사 관계자는 “LG상사의 주력 사업분야 가운데 하나가 자원 개발사업”이라며 “아무래도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나 해외 네트워크 등이 풍부한 만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최근 콩고 광산기업 소미카와 코발트 개발을 두고 협의를 진행할 수 있었던 점도 그동안 구축한 네트워크 덕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소미카로부터 4년 정도 구리를 구매해왔는데 최근 코발트와 관련해서도 협의를 진행했다.
코발트는 최근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구하기 어려운 원재료로 꼽히지만 삼성물산이 소미카와 예전부터 구축한 협력관계를 통해 코발트로 사업영역을 넓힐 기회를 얻은 셈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광산과 협력관계를 맺는 등의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LG상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삼성SDI는 최근 칠레 생산진흥청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장기간 리튬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으며 SK이노베이션도 최근 호주 광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와 코발트 및 니켈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이 다른 배터리회사들과 달리 자원 확보에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자원개발에 경쟁력이 강한 LG상사의 도움이 더욱 절실한 셈이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발트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자원을 직접 조달하는 배터리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