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설 투자에 역대 가장 큰 금액을 들이게 되면서 효율적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과제를 무겁게 안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앞으로 3년 동안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계열사의 반도체와 소재분야에 49조 원의 투자를 벌이겠다는 공격적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최대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D램 단일제품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시설 투자의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경영진들이 반도체 설비 투자 계획을 짜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1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SK그룹의 반도체와 소재사업에 3년 동안 49조 원을 들이겠다는 공격적 투자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는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웨이퍼(원판) 제조기업 SK실트론, 반도체 소재업체인 SK머티리얼즈와 SKC 등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계열사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기존 시설 투자 계획도 연간 최대 수천억 원 정도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투자는 SK하이닉스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공장 증설에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조 원을 투자했는데 올해부터 연 평균 시설 투자금액이 10조 원 중반대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 회장이 언급한 것은 그룹 차원의 계획이라 개별 회사가 세부적 투자 방향성을 논의하기 아직 이르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시장의 기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의 양적 성장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가 그동안 SK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벌인 시설 투자 성과가 고스란히 실적으로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약 13조7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SK그룹 상장계열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발달로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 점도 SK하이닉스의 시설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초격차 전략'을 앞세우며 독주를 노리는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로 격차를 좁히는 대응전략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사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 효과가 사업 경쟁력에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투자를 이전보다 크게 늘려도 업황이 나빠지지 않는 쪽으로 반도체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와 속도가 모두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D램 단일제품에 의존이 높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비교적 작았던 낸드플래시를 주요 사업분야로 키워내기 위해 신제품 개발과 3D낸드 신공장 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로 분할한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규모를 키워내는 것도 중장기적 과제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새 대규모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아직 논의중인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시설 투자 계획을 7조 원 수준으로 제시했는데 실제 시설투자 규모는 이보다 약 30% 늘었다. 3년 동안 벌이는 투자 규모가 49조 원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SK하이닉스가 현재 중국 D램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고 충북 청주의 새 공장도 2019년 가동을 목표로 한 만큼 대규모 투자 확대 계획이 올해부터 곧바로 윤곽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는 4월 열리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예정된 시설 투자 규모를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