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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모직의 주가는 얼마나 오를까?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이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뒤 관심은 주가의 향배에 쏠린다.
과대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과 현재의 목표주가가 적정하다는 낙관론이 맞선다.
제일모직은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 지배구조 이슈보다 실적 지켜봐야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제일모직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단 4곳에 불과하다. 키움과 하이투자, KTB, LIG 투자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내 놨다.
제일모직이 역대 기업공개(IPO)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삼성SDS의 경우 기업공개를 전후로 10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앞 다퉈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제일모직 목표주가는 삼성SDS 때보다 보수적이다.
키움 등 4개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8만2750원으로 공모가 5만3천 원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친다. 삼성SDS의 경우 목표주가가 평균 42만 원에 이르러 공모가 19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경우 사업가치뿐 아니라 지배구조 이슈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다른 기업과 달리 목표주가를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SDS 추가가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배구조 이슈만 믿고 제일모직 주가를 낙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SDS 주가는 지난달 25일 42만8천 원(종가 기준)을 기록하며 상장 뒤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12일 30만9천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실적의 구조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정당화할 수 있다”며 “지배구조 문제를 빼고 현재 사업부 수익성과 성장성만 살펴보면 목표주가를 높게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 여전히 지배적인 낙관론
제일모직 주가 전망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여전히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라는 점에서 같지만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판이해 주가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5.10%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핵심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삼성SDS는 지배구조 최하단에 위치한 계열사다. 보유중인 핵심 계열사 지분이 없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언제든지 삼성SDS 지분을 처분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라며 “지배구조 전환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패션과 식음료서비스, 건설 등 다각화해 있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며 “시장지위가 우수한 데다 삼성그룹과 시너지가 본격화할 경우 성장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일모직 공모가가 애초에 보수적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현 목표주가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제일모직은 보유중인 토지자산을 재평가없이 취득원가 그대로 기업가치에 반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경우도 미래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가치만을 평가했다. 최소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자사주는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이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상장 전 논란이 될 만한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