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대상선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된 이석동 현대상선 미주본부 본부장 <사진=뉴시스> |
이석동 현대상선 미주본부 본부장이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의 구원투수로 선택됐다.
현대상선은 12일 이석동 전무를 현대상선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오는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현대그룹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 전무의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한다.
이 전무는 1978년 서울대 잠사학과를 졸업해 1983년부터 지금까지 32년 동안 현대상선에서 근무한 정통 ‘해운맨’이다. 그는 입사 후 줄곧 컨테이너 영업을 담당해왔다.
이 전무는 2008년 12월 상무로 승진한 뒤 이듬해 1월 조직 개편에 따라 컨테이너영업관리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2010년 5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선주대표자회의(ASF)에 참석해 세계 금융위기 여파에 따라 해운산업이 직면하고 있던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12월 전무로 승진해 2012년 1월 미주본부 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현대상선은 이 전무의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해운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으로 회사의 과감한 변화와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며 “이 내정자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현대상선에 다시 흑자를 가져다 줄 적임자”라고 기대했다.
이 전무가 현대상선을 구할 구원투수로 지목된 배경에 현대상선의 ‘영업통’이라는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12년 그를 해외본부로 발령한 것도 영업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현 회장은 항상 ‘영업의 현대’와 ‘영업 최우선주의’를 강조해왔다. 이번에 이 전무를 내정한 것도 영업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자구책으로 이미 팔 수 있는 자산은 거의 팔았기 때문에 영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상선에게 남은 사업부문은 컨테이너사업과 벌크사업이다. 특히 현대상선 사업에서 컨테이너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한다. 이 전무는 오랫동안 컨테이너 영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기대를 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세계 해운시황 악화로 지난해 3,302억 원의 영업손실과 7,15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6,876억 원으로 8,463억 원인 자본금을 밑돌아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964%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와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 알짜사업인 LNG운송사업부를 1조1천억 원에 IMM인베스트먼트에 올 상반기 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현대상선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과 현금 흐름이 보장된 사업을 매각하게 돼 아쉽지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이밖에도 지난해 컨테이너 박스 7만1,712대를 매각해 총 1,801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현대그룹도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자산 처분에 나서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현대증권 등 3개 금융계열사와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 터미널 사업 지분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모두 3조3천억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