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몽준 전 의원 |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위기의 현대중공업그룹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설까?
정몽준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해외 건설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 경영보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이 앞으로 더욱 속도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작업 유니폼을 갖춰 입고 직원들로부터 현황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공사진행 상황과 2~3분기 발생한 대규모 영업적자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제다사우스 화력발전소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공사로부터 2012년 10월 32억 달러에 단독 수주한 프로젝트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까지 사우디아리 최대 항구도시인 제다 남쪽 20km 지점의 홍해 연안에 발전용량 2640km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정 전 의원은 지난 6월 서울시장선거에서 진 뒤 향후 거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은 정계 인사들과 가끔 만나는 정도 외에 별다른 정치적 활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놓여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영업적자 기록을 갈아치우며 적자폭이 3조 원 가량으로 늘어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노사문제에서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2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 20년 연속 이어오던 무분규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오는 17일 7시간 동안의 부분파업을 앞두고 있다.
이런 현대중공업의 위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발탁하고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를 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꾸리는 데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인사에서 정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씨는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 분리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정 전 의원이 ‘섭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정 전 의원이 해외현장 방문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도 직접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영업적자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프로젝트를 저가수주하며 2분기 2096억 원, 3분기 5922억 원의 손실충당금을 쌓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서 사우디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며 "대주주의 권리행사일 뿐 경영복귀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과거에도 일정이 맞으면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을 둘러싼 상황과 정 전 의원의 행보를 보면 정 전 의원이 정치보다 경영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조선3사는 최근 보유하고 있는 KCC, 포스코, 한전기술 등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는데 정 전 의원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일부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위기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와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정 전 의원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엽서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몽준 대주주가 실질적 권한을 지니고 있는 만큼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엽서 보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났으며 2002년 현대중공업 고문직도 그만뒀다.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