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해온 배짱 사후서비스(AS)에 변화가 생겨날까?
애플은 한국에서만 유독 고압적 사후서비스를 해 왔다. 미국 일본 등에서 부분수리가 가능하지만 한국에서 중고부품을 활용해 재조립한 리퍼비시제품으로 유상교환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런 애플의 사후 서비스에 제동이 걸렸다.
광주지방법원이 9일 국내 아이폰 사용자가 수리를 맡긴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는 사후서비스(AS) 방침에 반발해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 애플의 비상식적 사후서비스 정책
애플의 사후서비스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리퍼비시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부품에 한해 교체수리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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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부분수리가 아닌 리퍼비시제품으로 유상교체를 강요받고 있다.
고장이 났을 때 부분수리가 가능한 부분은 카메라와 모터, 진동장치, 홈버튼 등 일부 장치로 제한돼 있다. 소비자들이 빈번하게 겪는 액정파손의 경우 부분수리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수리비용이 많이 든다고 알려진 액정교체의 경우도 15~17만 원이면 가능하지만 리퍼비시제품으로 유상교체하면 3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애플 입장에서 수리 기술자를 곳곳에 보유해야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고장에도 리퍼비시제품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손해가 크다.
또 애플의 사후서비스 방침을 보면 소비자가 일단 수리를 맡기고 나면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취소가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대부분 부분수리가 가능하다. 애플 공식판매점인 애플스토에서 운영하는 '지니어스 바'에서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니어스 바에서 고객과 제품상담을 통해 수리를 진행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국내 소비자들은 애플의 사후 서비스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애플이 한국에서 점유율이 6%대로 저조해 상대적으로 사후서비스 문제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경을 덜 쓰는 것 아니냐”며 애플의 정책에 불만을 보인다.
애플이 한국에 진출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애플스토어가 한 곳도 없어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애플스토어는 현재 미국에만 250여 개가 있고 세계 각지에 420여 개의 애플스토어가 존재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지니어스 바 도입을 바라고 있지만 애플코리아는 아직 도입논의가 진행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플스토어를 개설하려면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위치해야 하고 건물 임대료가 저렴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애플코리아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부지를 찾기 힘들다.
업체 관계자는 "지니어스바는 애플스토어에 따라 들어오는 사후서비스(AS)센터이기 때문에 논의대상이 아니다"라며 "애플스토어의 국내 입점은 전혀 이야기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 애플의 한국 소비자 차별 사후서비스 정책 바뀔까?
한 국내 소비자가 애플의 비상식적 사후서비스 정책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받아내 애플의 사후서비스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이 소비자는 지난해 11월 아이폰5의 배터리 이상으로 수리를 맡겼다. 처음에 부분수리가 가능하다고 했던 사후서비스센터는 부분수리가 불가능하니 34만 원 가량의 리퍼비시폰으로 교체하라고 했다.
그는 34만 원이면 중고폰 가격과 비슷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수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전화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은 수리약관에 교환, 교체된 부품, 제품은 애플이 갖고 교체부품이나 제품은 소비자가 갖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소비자는 청와대 신문고, 한국소비자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법원 조정절차를 거쳤지만 무산됐다.
이 소비자는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법 민사 21 단독 양동학 판사는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며 애플코리아가 휴대폰 구입비 102만7천 원에 정신적 피해, 사진 등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를 돌려받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금 50만 원을 더한 152만7천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이 판결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사후서비스 정책을 펼쳐 왔던 애플에 경종이 울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