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게이트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한일 롯데그룹이 분리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나 주주들이 신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면 일본롯데가 완전히 일본인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또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주력계열사의 경영권도 사실상 일본롯데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수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한일 롯데의 통합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 회장은 현재 한일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거나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우리나라보다 잘 자리잡은 데다 도덕적으로 물의를 빚으면 이사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현재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롯데홀딩스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오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롯데홀딩스를 홀로 이끌게 될 수도 있다.
단순히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와 연결고리도 없어진다.
신 회장은 창업주 아들이라는 상징성, 한국롯데에서 낸 성과를 바탕에 둔 일본 주주들의 지지로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지분율은 1%대에 그친다.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면 신 회장이 단순히 소액주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아예 일본롯데가 한국롯데의 통제 밖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와 이사에서 각각 해임됐다. 신 회장마저 해임되면 사실상 신 명예회장이 세운 일본롯데가 완전히 롯데그룹의 품을 떠나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2015년 1월 갑작스럽게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고 같은해 7월
신격호 명예회장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신 회장은 비슷한 시기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일본 주주들의 지지에 따라 하루 아침에 신 명예회장과 신 회장, 신 전 부회장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신 회장이 재판 등으로 바쁜 상황에서도 틈만 나면 일본을 방문한 이유도 일본 주주와 경영진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신 전 부회장이 이런 틈을 노려 반격을 시도할 수 있지만 그동안 4차례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던 일본 주주와 경영진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을 단번에 지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롯데그룹에 더욱 큰 문제는 롯데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다는 점이다.
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만들면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력 계열사 지배력은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전체 롯데그룹을 놓고 보면 절반 정도만 지배력을 확보했다. 롯데지주 영향력 밖에 주력계열사인 화학부문 계열사를 비롯해 한국롯데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도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신 회장은 호텔롯데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호텔롯데 지분율은 롯데홀딩스, 광윤사를 비롯해 일본계 회사들의 지분율이 98%를 넘는다.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율도 0.26%에 불과하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지분 31.27%를 보유한 롯데물산이다. 호텔롯데(12.68%)와 롯데홀딩스(9.3%)가 2, 3대주주에 올라 있다.
당초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개편에 나서려 했던 배경도 이런 지배구조와 깊이 관련돼 있다. 일본롯데와 연결고리를 최대한 줄여 한국롯데는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