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다들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지만 신한생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사장은 2년 동안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한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을 거의 마무리했다. 신한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2015년 말 22%였지만 2016년 말 12%로 낮아진 뒤 지난해 말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사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무리한 영업보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복지에 신경쓰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집중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실시하던 ‘마감보고’를 없앴다. 마감보고는 매달 각 지점들의 영업실적을 평가하고 경쟁을 독려하기 위해 모든 보험사가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각 지점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불완전판매와 허위보고가 늘었던 것으로 이 사장은 판단했다.
잘 쉬어야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경영철학을 담은 '휴(休) 경영'도 꾸준히 펼쳤다.
‘PC오프제’를 도입해 오후 6시30분이 되면 회사 컴퓨터가 강제로 꺼지도록 하고 모든 직원들이 2주 동안 휴가를 다녀오도록 지시했다. 보고서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해 직원들의 업무부담도 줄였다.
이 사장의 전략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한생명의 불완전판매비율은 2015년 말 1.63%으로 업계 최하위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0.28%으로 생보사 25곳 가운데 1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상품의 내용과 투자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한 보험계약을 말한다.
신한생명이 내실을 다지면서도 다른 생명보험사와 비교해 덩치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도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생명은 이 사장이 취임하기 전 2015년에 순이익 1천억 원을 냈는데 취임한 뒤 2016년 1510억 원, 2017년 121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2016년보다 19.9% 줄었지만 2016년에 법인세 환급이라는 일회성요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4조566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7% 줄었다. 생명보험사 25곳의 전체 수입보험료가 같은 기간 3.99%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괜찮은 결과다.
자산규모도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29조7194억 원으로 1년 동안 9.8% 늘었다. 같은 기간에 생명보험사 전체 자산 증가율(7.3%)을 웃돌았다.
다만 전임자인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도 임기동안 준수한 실적을 냈지만 연임에 실패했던 만큼 이 사장의 연임가도에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성락 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꼽혔던 인물이었으나 신한생명 사장 연임에 실패하면서 후보군에서 밀려났다.
이 사장도 신한금융그룹 인사기조와 맞물려 연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 가운데 이 사장과 함께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이동환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의 임기가 3월에 함께 끝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