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외형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해왔던 만큼 삼성그룹이 일부 계열사 매각을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
 

삼성그룹은 2016년 제일기획을 프랑스 광고회사에 매각하려 했지만 양측의 조건이 맞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제일기획은 그 뒤 삼성그룹 차원에서 경영진단을 받고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외형을 크게 키우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기 당시 제일기획 사장도 "앞으로 매각 관련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제일기획을 매각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던 데다 삼성그룹이 의욕적으로 매각을 추진했던 만큼 언제든 다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제일기획은 매출의 70%를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제일기획을 외부에 매각하면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최근 제일기획 대표이사로 내부출신 광고 전문가가 오른 점을 놓고 매각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CJ그룹이 제일기획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CJ그룹에 복귀한 뒤 광폭행보를 보여왔다.

CJ그룹은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의 CJ대한통운 지분 인수를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CJ대한통운에 CJ건설도 합병했으며 현재 CJ헬스케어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CJ오쇼핑과 CJE&M도 합병하기로 했다. 미디어와 커머스를 앞세워 글로벌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재현 회장이 콘텐츠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제일기획을 CJ그룹이 인수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CJ그룹은 식품과 영화 등 소비자와 접점이 큰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자체 광고물량을 소화할 만한 광고계열사는 없다.

삼성그룹에서 이재용 부회장체제가 본격화하면서 실용주의 혹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치 아래 사업재편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2014년 말 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2015년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모두 넘긴 데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기획처럼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돈다”며 “1년여 만에 그룹에 돌아온 만큼 한동안 멈췄던 사업재편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미래전략실이 없어진 만큼 계열사 매각을 추진할 조직도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집행유예인 데다 여러 경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둘러 계열사 매각을 추진할 뚜렷한 명분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