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KDB생명 대표이사 내정자가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 KDB생명의 매각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KDB생명 매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일 년 안에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KDB생명의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하고 2015년 3월 펀드의 만기 시점에 맞춰 KDB생명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펀드의 만기도 2015년 3월에서 2017년 2월, 2018년 2월, 2019년 2월로 몇 차례에 걸쳐 연기됐다.
산업은행과 함께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에 참여했던 기관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올해 하반기 안에는 성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인수 당시 투자를 권유해 사모펀드에 들어왔던 국민연금, 금호아시아나, 코리안리 등은 2017년 만기 연장 때 펀드를 차라리 청산하자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만큼 매각에서 어느 정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KDB생명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 KDB생명의 대표이사로 내정된 정 내정자는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 내정자는 보험개발원 연구위원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낸 ‘보험업 전문가’인데 산업은행은 정 내정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험업 지식이 풍부한 점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2000년대부터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생리를 고심하는 연구를 많이 해온 만큼 KDB생명에 구조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받는다.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 생보사들에 구조조정이 촉발될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서와 대형보험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소형 생보사들은 공격적 마케팅과 고수익의 자산운용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낸 적도 있다.
정 내정자는 KDB생명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1월 산업은행의 자본확충으로 지급여력비율(RBC)이 150%대로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107%에서 한 달 만에 5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전체 생보사 평균 271.%와 중소형 생보사 평균 177.9%인 점을 감안하면 KDB생명 재무 건전성 확보는 여전히 시급하다.
정 내정자가 KDB생명 흑자전환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순손실 537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순이익 556억 원을 올렸는데 적자로 전환했다.
안양수 대표이사가 지난해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인 점은 정 내정자 처지에서 볼 때는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올해 판관비 등 비용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 내정자가 전략을 잘 짠다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70개였던 지점을 90개로 통폐합하는 한편 몇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 등을 통해 900명이었던 직원을 700명으로 줄이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해 힘을 기울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