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이 차등의결권 도입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영계가 요구하던 차등의결권이 제한적이나마 도입될 수 있다.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30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코스닥에 상장하는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김 위원장은 “코스닥에 상장되는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외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례가 많은데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협 때문에 기업공개를 주저하거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이 상장할 때 1회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상법 제369조 1항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부여한다고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면 상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면 상법을 소관하는 법무부와 협의해야 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차등의결권 등 기업 경영권 방어제도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두 부처의 수장이 모두 차등의결권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법무부의 차등의결권 도입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당시 “소액주주 권익 침해를 막는 장치 없이 이런 제도가 마구잡이로 도입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투자와 인수합병 활성화 등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아지자 제한적으로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콩거래소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결정했다. 이후 알리바바, 샤오미 등 주요기업들의 홍콩거래소 상장이 유력해지고 있다. 혁신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키면서 기업공개를 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이 도입된다 해도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폭넓게 적용되기보다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 딩시 서면답변서에서 “미국 등이 차등의결권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추세이고 대주주의 남용 우려 등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차등의결권 허용을 위해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우리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축적하는 일이 전제조건”이라며 “비상장기업 상태가 아니라 이미 상장된 기업까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려면 깊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정갑윤 의원안과 권성동 의원안 등 현재 차등의결권 도입 방안을 담은 두 건의 상법 개정안이 대기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일반적으로 회사가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차등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는 요건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